사망 1만645명. 세계를경악케 한 미국 심장부 테러사건의 희생자 수가 아니다. 2000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사망자 수다.부상자는 43만명이 넘는다.1980년 이후 20년간의 누계는 사망 20만, 부상 600만명에 이른다. 부산과 대구 인구 전원이 죽거나 다친 셈이다.
그들이 입었을 신체적정신적인 피해는 숫자로 표시할 길이 없지만, 치료비와 위자료 등 경제적 손해는 ‘천문학적’이라는용어 말고는 표현할 말이 없다.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교통문화 후진국인지 알 수 있다. 1997년 통계를 보면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은 2명 미만, 미국은 2명, 프랑스는 2.8명 수준인데, 한국은 무려 11.13명이다.
인구비례로 보아도 일본의 2.8배, 영국의 3.3배이며, 고속도로 Km당 사망자수는 영국과 일본의 10배, 스웨덴의 20배다.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것은 물론이고, 꼴찌 그룹인 폴란드보다도 3배나 많다.
■이 부끄러운 교통문화를 개선해 보자는 움직임이 시민운동으로구체화하고 있다. 13일 녹색교통운동이 주관한 교통안전 한일 심포지움에서는 제도정비와 정책개선에 관한 좋은 대안들이 제시되었다.
녹색교통운동 신부용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에 교통안전 문제 전담 행정기구가 없어 아무도 주도적으로 정책개발을 하지 않고, 관련 법제가 비능률적이며, 국민의 관심도가 낮은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교통안전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측이 발표한 일본의 경험은 좋은 참고가 되었다. 1960년대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서자 일본은 교통안전시설 긴급조치법, 교통안전대책 기본법 등 필요한 법을 만들고,안전 기본계획을 세워 사망자 반감운동에 나서 10년만에 목표를 이루었다.
총리가 회장인 중앙 교통안전대책회의란 강력한 기구를 만들어 사고의 인적요인, 자동차의 결함, 도로환경 문제 등을 개선한 결과였다. 교통사고가어떤 테러나 전염병보다 무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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