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전지 원수가 된 오사마 반 라덴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입김이 아니었으면 오늘날의 지위에 오를 수 없었다.이번 테러를 두고 미국의 ‘업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와 미국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 간다. 79년 구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침공하자 회교의 용병으로 달려간 그는 곧 두각을 나타냈다.
2억7,000만달러를 움직일 수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두드러진 자금력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프간 전쟁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 책임자이며 회교권과 미국간 채널이었던 토르키 파이잘 왕자와는 절친했다.
미국은 이런 그의 존재를 놓치지 않고 연대의 손길을 뻗쳤다. 미 중앙정보국(CIA)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반군 무자헤딘에 2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는 데,거의 대부분의 자금 지원 과정에 빈 라덴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구 소련이 해체되자 유일한 초강국 미국을 적으로 삼고 대미 테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91년 걸프 전쟁 이후 미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둔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인정한 미군 주둔을 그는 ‘이교도의성지 점령’이라고 단정했다. 96년 8월에는 대미 지하드(聖戰)을 공식 선언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든 미국과유대인을 죽여라”고 지시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자살테러범 심리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항공기 자살테러 공격자의 심리상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자살테러 공격자는 흔히 생각하듯 ‘미친 상태’나 ‘자포자기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제럴드 포스트 정치심리학 교수는 “자살 테러범들은 자포자기 심리에서 테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의학적 진단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며 “특히 이슬람 테러요원은 자살테러를 영웅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살테러공격자 6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연구를 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아리엘 메라리 심리학 교수는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자살테러요원으로 차출되며, 이들은 오랜 훈련을 통해 충분한 정치적 동기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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