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에 대한 사상초유의 동시다발 테러공격의 충격이 가라앉아 가면서 미 일각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행정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미 언론과 의회 등에서 제기하는 논란의 핵심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기대응이 적절했는 지와 테러공격의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책임규명 등이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오후 7시 해병헬기의 호위를 받으며 초췌한 모습으로 백악관 집무실로 귀임했다.
이날 오전 8시50분께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테러 공격으로 무너진 지 무려 10시간 만이었다.
국가 비상사태 때 대통령이 백악관을 포기한 것은 1812년 영국군이 워싱턴시로 진격해 와 당시 미국 연방정부 지도자들이 수도를 포기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행적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부시는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엠마 부커 초등학교에서 교육개혁에 관해 연설하기위해 교실로 이동하던 도중 워싱턴에 남아있던 콘돌리사 라이스 안보보좌관으로부터 전화로 첫 번째 테러공격사실을 보고 받았다.
부시는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고 연설을 하던 중 9시5분 경 앤드류카드 비서실장으로부터 2차 공격사실을 귀엣말로 보고 받고서야 얼굴이 노래진 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챘다.
문제는 그 이후의 행적. 공군 1호기에탑승한 부시는 워싱턴으로 향하지 않은 채 루이지애나주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도착, TV 연설 후 언론에 행선지를 비밀로 한 채 핵전쟁에 대비해 가장 견고하게 구축한 네브라스카주의 오푸트 전략공군사령부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대통령의 조기 귀임에 대한 여론이 비등해지고 다행히 테러공격의 종료가 확인되자 부시는 오후 4시반 기지를 떠나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부시의 행각에 대해 기자들의 비판성 질문이 잇달자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대통령은 조기귀환을 희망했으나 백악관과 전용기가 테러 목표물이라는 경호팀의 건의 때문에 숨어 다녔던 것”이라며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안보팀들과 화상전화로 정상적인 통치권을 행사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구멍 뚫린 미국의 정보망에 대한 비난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척 헤이글 상원의원(공화ㆍ네브라스카주)은“이번 사건은 제2의 진주만사태”라고 규정하고 “그런데도 일체의 사전정보가 없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반드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처드 셀비 상원의원(공화ㆍ알라배마주)은 “미국은 도청시스템을 포함한 정보수집 및 반테러 활동에 매년 1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며 “대 테러작전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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