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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러 대전 / 전문가 좌담 "문명간 대충돌 견해는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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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러 대전 / 전문가 좌담 "문명간 대충돌 견해는 위험천만"

입력
200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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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워싱턴 등 미국 심장부에 대한 전대미문의 동시다발 테러는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진 것은 물론, 향후 세계질서에도 예측하기 힘든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문명사적 측면에서 또 다른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분기점이 되리라는 예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의 의미를 짚어보고,특히 우리에게 미칠 파장을 다각도로 분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 미국 테러 대참사의 배경을 풀이해 주십시오.

▦임용순=우선 미국 내부의 정치적 구조를 빼놓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 사회 전반에 영항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들에 우호적이지 않으면 대통령에 당선되기가 불가능하고 국정을 원만히 수행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편향된 정책을 펴왔고 이는 당연히 아랍인들의 반발을불러온 겁니다.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참사에 대해 아랍인들이 축제 분위기라는 소식을 보면 그간 이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역사적으로 볼 때 강대국은 언제나 주변국의 타깃이 돼왔습니다. 1억 5,000만 인구를 가진 아랍인이 보기에 500만 인구를가진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이 반발을 초래한 것이지요.

▦제성호=저는 반미주의, 반자본주의, 반유태주의가 테러라는 극한 수단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 사건의 핵심에는 이스라엘에 편향된 미국의 중동 정책이있습니다. 아랍인의 입장에서 보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민족 자결권을 유린하고 성지를 더럽히는 세력입니다. 아랍 세계에선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사람을 자유 전사(Freedom fighter)라며 영웅시하고 있지요.

▦임용순=테러라는 행위가 새삼 주목을 받는데, 테러는 힘이 약한 세력이 자신의 신념이나 주의를 널리 알리기에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20세기 들어와무기 제조법이 간편하고 대중화하면서 테러가 약자들에게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막강한 정보력과 첨단 방어 체계를 가진 미국의 허점이 드러난계기가 됐습니다.

▦문정인=오사마 반 라덴을 성급하게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관동 대지진 때 일본인들이 애꿎은 우리 조선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박해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번 대참사가 가공할만한 범죄 행위이고 절대 용납돼서는 안됩니다.

또 미국의 막강한 정보력도 한계가 있으며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이 사건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첨단 미사일로도 1만명을 살해하기 힘들지요. 이번 테러를 주도한 세력은 정보 혁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미국의 각종 주요기관과 시설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을 겁니다.

▦제성호=테러는비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문명 사회에 대한 도전 행위입니다. 테러의 어원은 프랑스 혁명 때의 공포정치에서 비롯됐습니다. 원래 테러는 권력을 가진자가 국민을 상대로 행하는 것이었지요. 이것이 20세기에 들어와 약자의 무기로 바뀌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국제적 주요인사를 상대로 행해졌고1980년에는 해상선박 테러가 빈발했지요. 이번 참사는 테러에 대한 규제 협약이 마련돼있지 않고 테러 규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임용순=만일 미국이 이스라엘 편만 들지 않고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참사를 문명 충돌으로 해석하는사람도 있지만 직접적 원인은 이처럼 간단합니다.

▦제성호=현재세계 4대 문명권중 미국 중심의 세계화에 동참하지 않은 곳은 이슬람이 유일합니다. 중국도 세계화에 물결에 동참했지요. ‘알라’만이 유일하게 미국식세계화에 맞서고 있는 셈이지요.

세계인 모두가 포용할 수 있는 질서나 규약이 결여돼있습니다. 유엔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동안 민족과국가간에 화해하고 대화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이번 대참사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문정인 = 문명 대충돌이라는 견해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랍 테러집단은 이슬람권에서도 소수파이며 내부적으로도 테러리스트로 지목당하고있는 집단입니다. 이슬람 교리 자체가 이 같은 테러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슬람을 야만적 세력으로 규정해 문명간 충돌로 연결시키고적을 만들어 내부 응집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을 만들려는 무모한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십니까.

▦제성호= 항공보안검색, 지휘체계 등 미국 안보망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난 만큼MD(미사일 방어체제)정책에 과도한 힘을 실어줬다든가 비정규전인 테러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대두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당분간은 미국안보위협 세력에 대한 응징의 목소리가 커지겠죠.

86년 미 대사관에 대한 폭탄테러이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대한 폭격이 이뤄졌던 만큼 이번에도 폭격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강경책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요. 특히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존심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죠.

▦임용순=미국은 20세기에 발생한 거의 모든 전쟁에 관여하는 등 어느 나라보다도 전쟁을 많이 한 나라입니다. 그만큼 국민의 안보의식이 강하고 아마도 절대다수 국민이 단호한 응징을 지지하겠지요. 그러나 미국은 세계를 운영하는 국가인만큼 몇몇 아랍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도 과거 6,70년대에 테러리즘에 시달렸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이 같은 경험을 봤기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전면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일시적인 외국인에 대한 배타, 인종차별 심화는 예상할수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초창기에 좌충우돌하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거예요. 미국의 체면도 세우면서 책임자 처벌에만 국한하는 기술적 응징이 될 겁니다.

▦문정인=누가 범인인지를 명확하게 규명한 후 응징이 가능하다면 확고하게 응징해야 할겁니다. 배후세력까지도 말이죠.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피의 악순환이 불가피합니다. 아랍인들의 불만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수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연구와 이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즉 단기적 외과적 처방과 중장기적 처방이 합쳐질 때만 보이지 않는 얼굴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예방할 수 있어요.정보체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기술정보에만 의존한 측면이 있는데 이제는 제3세계에 대한 인간적 첩보를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테러는 이제 초국가현상인 만큼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안됩니다.

우선 법과 제도적 혁신을 통해 빈틈을 메워야 하고 세계 주요국가끼리 반테러리즘을 위한 정보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빈 라덴의 조직만 해도 60개국에 산재해 있는 등 테러조직역시 초국가화하고 있는데 대비해야 한다는 거죠.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국가중심적 안보체제 개념에 초국가적안보체제가 합쳐지는 등 안보개념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할 것이 분명합니다.

▦제성호=미국이 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차원의 선택은 일단 사건규명을 통해 국제법에의거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국제법상 허용된 조치를 먼저 취한 후 안되면 외과적 처방을 취하는 수순을 밟아야지 그전에 물리적 공격부터하면 국제적 반발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요.

▦임용순=미국민들도 초창기에는 강경론이 득세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냉정한 평가가 힘을얻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 언론계, 금융계 등을 주름잡는 유대인들 자신이 과연 지금까지의 이스라엘에 대한 편파적 지원정책이 과연 옳은가 하는 반성도나올 겁니다. 이번 사건은 분명 비극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앞으로 세계를 통솔하는데 있어 보다 원숙한 리더십을 발휘할 계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남북, 북미 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제성호= 현재 북미관계 개선의 주요의제 중 하나인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미국이 엄격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사건은 북미관계 개선에 악재가될 것이 분명합니다. 북미관계 개선이 늦어진다면 우리로서는 북미, 남북관계를 분리해 우선 민족 내부적으로 신뢰를 쌓고 협력하는 시스템 구축에 진력해야합니다.

▦임용순=이번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는 일이야 없을 겁니다.어떤 측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가 있어요. 어차피 북한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럴 때일수록 북한이 보다 긍정적으로협상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남북관계는 호전될 수 있습니다.

▦문정인=남북관계가 어차피 북미관계 개선에 연동돼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한반도 상황개선에 바람직한 결과를 미치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은 당분간 강성기류를 유지할 것이고 협상 상대국의 사소한 문제에도 공격적, 신경질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공격적 대응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나름대로 관계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남북한 장관이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 테러퇴치에 남북이 앞장서는 모습 보여준다면 북미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 우리 입장에서 월드컵 안전 의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리=이민주기자

mjlee@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약력

문정인▲1951년 제주 출생 ▲연세대 철학과·미 메릴랜드대 정치학 박사 ▲미 켄터키대 교수 ▲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임용순 ▲1940년 강원 양구 출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미 럿거스주립대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장 ▲현 성균관대 일반대학원장

제성호 ▲1958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대⊥서울대 대학원 법학 박사 ▲수원대 교수,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 ▲현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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