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참사는 태평양 건너 국정감사장의 풍경까지 확 바꿔 놓았다. 12일 국회 재경위의 국세청감사장. 언론사 세무조사가 이슈였기 때문에 자정까지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감사는 밤 9시 3분에 싱겁게 끝났다.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서면 답변으로 대신하라”고 주문, 국세청 답변은 30 여분만에 마무리됐다.이날 밤 건설교통위가 가장 늦게 감사를 끝냈지만 퇴장하는 의원들의 시계는 밤 9시 10분을 가리켰다.10일 상당수 상임위가 밤 11시가 넘도록 피감 기관을 추궁하는 열의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13일 오전 11시 50분, 과기정통위 국감장에서도소속 의원 18명 중 6명만이 자리에 앉아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질의를 벌였다. 의원들이 이처럼 자주 자리를 비우고, 수박 겉핥기 수준의 질의를 벌이니 피감기관장의 표정에서 긴장감을 찾기 어렵다.
한 의원은 “국감장이 직접 폭탄을 맞은 것처럼 축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김빠진 국감’임을 시인했다.
통일외교통상위, 행정자치위 등 일부 상임위가 테러 사건 대책 마련을 위해 국감을 취소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상임위는 감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언론이 국감보다는 테러 사건만집중 보도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떠들어봐야 별 효과가 있겠느냐”고 실토했다. 국감은 의원들 자신의 ‘언론 플레이’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한 정부감시 수단이다. 의원들은 ‘누구를 위한 국정감사인가’란 따가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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