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어디로 가더라도 죽음이 그대를 찾으리라. 설령 튼튼하게 지어진 높은 탑 속에 있을지라도!”1996년 사우디 다란의 미군 기지에 대한 테러 이후 한 과격파 회교도가 읊조렸다는이 말은 테러의 공포를 그대로 전해준다.
테러리즘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이 마련되더라도 테러리스트들은 대상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표현이다.‘선전 포고 없는 전쟁’이라는 테러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시저의 암살을 들지 않더라도 테러 행위는 유사 이래 있어 왔지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전에 등장한 것은 1798년 프랑스에서 나온 ‘아카데미 프랑세즈사전’이다.
이 사전은 ‘조직적인 폭력의사용’이라고,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지나치게 단순하고 모호하게 테러리즘을 정의했다.
그러나 바로이 시기부터 테러라는 용어는 일반화하기 시작했다. 테러, 혹은 테러리즘의 기원은 프랑스 혁명기였다.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reign of terror)’는 말 그 자체가 테러리즘과 동의어였다.
테러는 바로 공포다. 미국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 참사가 어떤 정치적 혹은 경제적 배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일차적으로 그것이 유발하는 효과는 첨단의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로 그것을 보는 이들의 공포이다.
“국내에서 테러리즘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테러리즘의 관한 연구는 국제법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법적 차원의 노력은 예방적 차원보다는 사후 대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 참사로 한국의 관심도 온통 테러에 쏠려있지만, 실제 우리사회에서 테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의 노력은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고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최진태(36) 순천대 교수는 말한다.
그의 저서 ‘테러, 테러리스트 & 테러리즘’(대영문화사 발행ㆍ1997년 발행)은 그나마 이 분야에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하려 한 산물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세 가지의 공포, 즉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 그리고 테러리즘의 위협 아래 살아가고 있는데 전면적 전쟁이라는 수단을 피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테러리즘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테러리스트의 생각이다.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단순한 목적이었던 인질에 대한 몸값의 요구나 작전에 투입됐다가 붙잡힌 동료 수감자의 석방, 정치적 망명의 요청을위해서가 아니라 주권 국가가 직ㆍ간접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테러리즘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최근 테러의 경향이다.
고전적 권력론의 창시자 마키아벨리의 “수단은 목적에 의해 정당화된다”는 말이 극단의 비이성적, 무차별적, 의도적인 폭력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현대의 테러이다.
많은 대 테러 전문가들조차 “테러리즘은인류의 역사와 같이 할 것이다”라는 암울한 전망에 의문을 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프랑스 혁명기, 제정 러시아 시기, 2차 세계대전 이후 관제(官製) 테러리즘의 만연기를 그쳐 1960년대부터‘테러의 시대’라 불릴 정도로 현대적 의미의 테러리즘이 국제화ㆍ대형화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미 국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1968~1995년에 140개 국 이상이 테러로 인해 직간접 피해를 입었고 1만5,630건의테러 사건에서 9,650명이 사망하고 2만 9,782명이 부상했다.
특히 납치 민항기를 이용한 이번 미국 사건처럼 항공시설 및 이용객에 대한 테러는1972년 이스라엘 로드 공항에서 발생한 에어프랑스 승객에 대한 일본 적군파의 무차별 테러를 전후해 급격하게 증가했다.
1975~1995년까지528건의 테러가 일어났고, 1949년 이후 전체 희생자 2,261명에 이른다. 조직원 500~1,000명의 테러리스트 단체만 해도 세계 71개국에서 560여 조직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미국 사건 이후 국내 대형 서점들은 발빠르게 ‘미국의 대외 외교정책 및 대 테러 관련 도서 모음’ 등의 특설 코너를 마련했고 독자들도 몰리고 있다.“테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테러에 관한 보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물론, 일반의그에 따른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13일 종로서적을 찾은 한 독자는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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