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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이응노 추상화' 展…문자와 사람으로 그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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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이응노 추상화' 展…문자와 사람으로 그린 풍경

입력
200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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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이 어느 땐가 말했습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닳아 없어진 비석의 몇 획에서 옛 언어를 찾아볼 수 있다고.고암은 평생그 언어를 파헤쳤습니다. 다만 그 작업의 결과가 ‘기호’ 수준에 도달한 것이 1970년대 ‘문자추상’인 것이죠.”

고암(顧菴) 이응노(李應魯ㆍ1904~1989) 화백의 작품세계를 아는 데 부인 박인경(75)씨의 이 말은 큰 도움이 된다.

고암은 흔히 한자나 한글을 그림으로 표현한‘문자 추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1970년대 드러난 한 양상에 불과하다.

이미 1960년대 추상화 작품에서 ‘문자 추상’은 물론 80년대의‘인간 군상’까지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 시기 그의그림을 ‘서예적 그림’이라고 부른다.

15일~12월 15일 서울종로구 평창동 이응노 미술관(관장 박인경ㆍ02-3217-5672)에서 열리는 ‘1960년대 이응노 추상화’전은 고암의 60년대에 주목한 전시회다.

1962~67년 제작된 미공개 회화 62점이 선보이는데, 잡지 종이를 뜯어 붙인 50년대 콜라주에서 70년대 ‘문자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작품들이다.

1964년 작 ‘Composition’(세로 139㎝, 가로 71㎝)에서 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한지 위에 수묵으로 그린 이 작품 곳곳에서 사람과 글자의 모습이 보인다.

한 사람은 팔을 올려 머리를 긁고 있고 두 사람은 누워있다. ‘뫼 산(山)’자도 보이고, ‘내 천(川)’자도 보인다. “풍경화에 점을 찍으니 사람이 됐다”는 고암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고암은 1920년대 초 해강 김규진을 사사했으며 광복 이후 홍익대교수를 역임했다.

1958년 프랑스로 가 동양미술학교를 설립했다. 1939년 조선미술 전람회 특선,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명예상 수상.67년 동백림 사건으로 3년 간 옥고를 치르면서 한 때 국내에서 작품 발표가 금지됐었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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