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참사로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街)가 마비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일대 위기에 휩싸였다.전문가들은 미국의 향후 대응 방향에 따라 금융시장이 또 한번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금융기관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달러 결제. 대부분의 국내 시중은행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미 ‘페드 와이어’(Fed wireㆍ미 달러화 거액자금이체시스템)가 정상 가동되지 않을 경우 전 세계적으로 자금 결제가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테러 사건 발생 직후 시카고 지역에서 3시간여동안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혼란을 빚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은 시스템 가동이 전면 중단되거나 주결제은행의 전산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사태에대비해 파운드, 마르크 등 다른 통화로 결제하는 대응책을 마련 중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대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측의 항공기 운항 전면 중지로 수출대금 결제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수출업체에게 이미 수출대금을 지급했지만 선적서류를미국측에 보낼 수 없어 자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수출 관련 업무를 일시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업체들에게또 다른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세계무역센터 빌딩 내 입주해있던 은행들과의 자금 이체가 중단되고 송금수표 결제도 차질을 빚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주식시장은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는 등 예상대로 폭락세를보였고 환율과 금리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원ㆍ달러 환율의 경우 미국이 대(對) 테러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오히려 달러 강세(원ㆍ달러 환율 상승)로 반전될 수 있는 상황.
채권 금리도 안전 자산 선호 움직임과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전 세계적인금리 인하 조치가 맞물려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오히려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엇보다 환율이나 금리의 급등락을 가장 경계해야 할대목”이라며 “특히 혼란한 시장을 틈 타 투기세력들이 가세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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