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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러와 테러영화 / 영화보다 더한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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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러와 테러영화 / 영화보다 더한 테러

입력
200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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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이런 영화는 없다.”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일을 “영화 같다”고 말하지만 11일 아침 미국의 테러대참사는영화의 상상력을 뛰어 넘을 정도였다. 현실은 너무나 생생해 그래픽으로 처리한 기막힌 한 편의 테러 영화 같았다.

할리우드는 그 동안 온갖 수단으로 미국에 테러를 가하는 적들을 상상하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제 대가를 요구하거나 사이코의 우발적 테러는 옛이야기가 됐다.

최근에 할리우드가 소재로 삼는 테러는 ‘터뷸런스’(1998년) 처럼 민간 비행기를 납치해 ‘가미카제식’으로 미국 주요기관이나도시로 돌진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방식. 그들은 요구조건도 없다. 협상도 하지 않는다.

영화는 언제나 영웅을 내세워 아슬아슬하게 그 위기를 모면하고 미국에 ‘정의’를 선물하지만, 이번 참사는 현실은 결코 영화 속 세상이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할리우드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더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을 알려준 것은 아닐까.이번 대참사는 몇몇 영화와 너무나 닮아 있다.

‘비슷한 영화가 있다’는 사실 확인이 이번 참사를 더 비극적이게 한다. 미국 내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벌써 거론되는 영화가 하나 있다.

10월 중 개봉될 ‘무고한 희생자(Collateral Damage)’. 눈앞에서 벌어진 테러로 가족을 잃은 소방관 아놀드슈워제네거의 복수극이다. 콜롬비아 출신 테러리스트는 LA 시내 고층 건물을 폭파하고 다음 목표로 워싱턴을 지목한다.

영화 속 테러의 무대는 주로 워싱턴이나 뉴욕이다. 1993년 2월 26일 6명이사망한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을 그린 ‘무단 경고 (Without Warning: Terror InThe Towers)’야 그렇다 하더라도, 테러범을 유혹하는 도시는 역시 미국의 심장부뉴욕과 워싱턴이다.

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강박이 그대로 드러난 ‘다이 하드’ 시리즈도 편수가 많아지면서 뉴욕으로 다가선다.

1편에서는 LA 소재 34층짜리 나카토미 빌딩(실제는 LA 근교 폭스플라자빌딩 29~35층)이 박살이 나고, 2편에서는 워싱턴 덜레스 공항(그랜트 카운티 공항)이, 3편에서는 뉴욕 양키스 구장과 지하철이 사악하고 교활한테러범의 표적이 된다.

아랍인의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맨해튼 브루클린에 군대가 진입하는 ‘비상계엄(The Siege)’과도심 한가운데를 삼킬 듯 저공 비행하며 테러 위협을 가하는 ‘터뷸런스(Turbulence)’, UN빌딩을 폭파하기 위해 폭탄배낭을 메고 돌진하는 보스니아 테러리스트가 나오는 ‘피스 메이커(The Peace Maker)’ , 1시간 내에 100만 달러를 주지 않으면 뉴욕지하철의 승객을 몰살하겠다고 협박하는 ‘지하의 하이재킹(The Taking Of Pelham OneTwo Three)’은 모두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 ‘심근경색’을 일으킬 만한 영화들이다.

물론 테러리스트들과 대결하다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관통하며 추락하는 비행기를 보여준 ‘콘 에어(Con Air)’도 있지만.

영화 속 테러리스트들의 실체는 누구로 그려질까. 오사마 빈 라덴이 이번 테러의배후로 지목된 것처럼 할리우드 테러 영화의 범인들은 대체로 아랍세계 출신이다.

테러 영화의 고전인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블랙 선데이(BlackSunday)’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가장 과격한 조직인 검은구월단이 뮌헨 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선수 숙소를 습격해 9명이 사망한 사건이 소재이다.

이 영화에서 아랍 게릴라의 비행기는 8만 여 군중과 미 대통령이 관전하고 있는 마이애미 슈퍼볼경기장을 위협한다.

‘화이널 디씨전(Executive Decision)’에서승객 460명이 탄 워싱턴행 보잉 747을 납치하는 것도 모두 아랍 테러리스트들이다.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은 카자흐스탄 테러리스트가미 대통령의 전용기를 하이재킹한다. 물론 여기서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인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과 직접 대결해 승리한다.

IRA 테러리스트와 FBI 요원과의 혈전을 그린 ‘자칼(The Jackal)’,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로 IRA의 야비함을그린 ‘패트리어트게임(Patriot Game)’도 있다.

그렇다면 유대계 영화인들이 장악한 뉴욕 영화계에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같은 유대인이지만 우디 앨런보다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나서서 ‘뉴욕의 장송곡’을 부를 확률이크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쉰들러 리스트’ 보다 훨씬 더 참혹한 영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게 될 것이다.

지구와 충돌하는 우주의 혜성(‘딥임팩트’, ‘아마겟돈’)이나 괴물 ‘고질라’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적개심을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톰 클랜시 '공포의 종합' 이번 테러 참사와 유사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인가. 미국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의 참사는 그 어떤 가공할 영화나 소설보다 끔찍하다.

하지만 ‘공포의총합(總合ㆍThe Sum of All Fears)’이란 제목을 가진 미국의 테크노스릴러 작가 톰 클랜시(54)의 베스트셀러 소설은 마치 이번 테러 참사를 예견이라도 한듯한 유사한 상황 설정으로 새삼 관심을 모은다. 미국CNN방송도 생방송 중 클랜시의 작품을 언급했다.

‘공포의 총합’은 중동 문제를 둘러싼 테러리즘을 치밀하게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클랜시는 미국과 소련의 동서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1년 이 작품을 발표했다.

클랜시는 중동 위기에서 촉발될 테러리즘이야말로 핵무기 시대 세계적 공포의 진원일 것이라고 예언한 셈이다.

이 책은 1992년 국내에도‘베카의 전사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가 다시 ‘공포의 총합’이라는원제로 바꿔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걸프전이 끝난 후 중동의 테러리스트 그룹이 이스라엘이 분실한 핵탄두를 손에 넣어 미국 콜로라도 덴버의 풋볼 경기장을 폭발시키는 테러를 벌이고, 이를 추적하는 CIA와 치밀한 첩보전을 벌인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

또한 일본과 미국의 대립,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대 미국 테러와 그로 인한미국 대통령의 사망을 줄거리로 하는 그의 다른 소설 ‘적과 동지(Debt of Honor)’에서는 일본인 기장이 보잉747 항공기를 몰고 의사당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 300톤의 기체와 연료가 300노트의 속도로 건물을 덮쳤다. 비행기는 충돌하자마자 폭파되고 의사당 건물이 화염에 휩싸인 채붕괴된다.”

이번 사건에서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펜타곤이 일부 붕괴한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소설에는 비행기가의사당 건물로 돌진하는데도 관제탑, 미 공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클랜시는 잘 알려져 있듯 추리소설에 첨단의 무기체계ㆍ군사전략ㆍ첩보의 요소를 결합시킨소위 테크노스릴러의 개척자다.

1984년 처녀작 ‘붉은 10월호’로 혜성 같이 등장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후 ‘패트리어트 게임’ ‘명백하고도 현존하는위험’ ‘OP센터’ 등 발표작마다 슈퍼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됐다.

초기작은 주로 미ㆍ소 대결구도의 냉전상황을 다뤘지만 이후 테러와 마약문제 등으로 관심을 넓혀왔다.

미 국방부와 FBI는 그의 세밀한 군사기술, 첩보에 관한 지식에 놀라 내부기밀 누설자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고 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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