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12일은 긴박했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예정된 행사인 최고경영자 초청 오찬은 물론 13일과 14일의 대전ㆍ충남도 업무보고 일정 등을 모두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전력을 투구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비상국무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하고 곧바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담화에서 미국 국민들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고 ‘미국 발(發) 위기’의 극복을 위해국민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는 위기에 강한 민족”이라며 “국민 여러분은 놀랍고 불안한 심정이겠지만 정부를믿고 안심하고 생업에 충실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NSC, 비상국무회의에서 “사태를 접하고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국민들이 불안하지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NSC는 경악과 분노, 미국 국민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철저한 경계와 만반의 비상대책을강구하기로 하는 등 7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어 김 대통령은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한나라당과 자민련에상황 진전을 설명하도록 외교부에 지시했다. 또 이날 저녁 이만섭 국회의장, 최종영 대법원장, 이한동 총리,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유지담 선관위원장등 3부 요인을 초청, 만찬을 함께 하며 의견을 나눴다.
외교부는 비상근무체제를지속한다는 장기전 채비를 갖추고, 대책반회의, 긴급 실국장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재외교민과 공관 안전 대책을 세웠다.
외교부는 주미대사관에김항경(金恒經) 주뉴욕총영사를 반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동지역의 공관에 훈령을 통해 24시간 교민 신변안전 및 공관 안전대책을지시했다.
외교부는 뉴욕에 머물면서유엔총회의장 취임을 기다리는 한승수(韓昇洙) 장관과 실시간 단위로 연락을 취하면서 “긴밀한 연락으로 업무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있다”고밝혔다.
정부는 외교 안보관련현안은 외교통상부로 집중하고, 경제관련 업무는 재정경제부가 교통정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金대통령 訪美 재검토
정부는 1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유엔 방문 일정을 발표하려다 이를 연기하고 방미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테러 참사 때문에 유엔 일정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유엔아동특별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등 주빈 역할을 하기로 돼 있었으나 회의 자체가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엔은 12일(미 현지시간11일) 제56차 유엔 총회 개회식에서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을총회 의장으로 선출하려 했으나 이 일정도 하루 연기됐다.
유엔아동특별총회의 연기 여부 등 유엔의 일정은 13일 새벽(현지시간 12일 오후) 열릴유엔 총회 개회식에서 확정된다.
정부는 미국 정부가 테러 참사로정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김 대통령의 방미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테러 참사를 수습하는 데도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국가 정상들을 영접하기가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역으로 미국이 테러를 응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테러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유엔 총회를 개최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방미 일정을 예정대로갖는다는 방침이다. 테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명분에 동참하는 취지가 있는데다 우방국인 미국에 동맹국으로서 협력의 제스쳐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수라장이 돼있는 뉴욕 현지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방미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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