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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너진 神話,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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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너진 神話, 불안한 미래

입력
200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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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국가 미국의 신화가 무너졌다.영화적 상상력을 비웃은 역사상 최악의 테러 공격은 미국이 결코 불가침의 요새가 아님을 충격적으로 보여 주었다.국가적 상징과 국민 정서를 일시에붕괴시키고 뒤흔든 대 사건은 60년 전 진주만 공격이 그랬듯이 미국민의 의식과 국가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21세기초입의 세계 질서는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불안과 격동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어떤 가상 시나리오도 압도하는 이번사건은 테러 개념과 인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과격세력의 핵과 생화학 테러, 불량국가의 핵 공격 가능성을 끊임없이 경고하던 전문가와 안보 당국이오히려 경악하고 있다.

어떤 나라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유일 초강대국이 사실상 전쟁상태를 선포한 것부터 아이러니지만,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공포심과 무력감에서 오는 집단 공황 반응은 전쟁보다 한층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국가적 재앙은 깊이 동정하고위로할 일이다. 또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는 동기에 관계없이 규탄해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심각한 파괴력이 미칠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객관적 사태 분석이 절실하다.

이번 테러 공격은 세계를 주도하는미국의 힘과 가치에 대한 증오의 표현이자, 미국 체제와 사회에 대한 선전포고로 평가된다.

또 집단 자살테러의 과격성에 비춰, 종교나 이념적 광신집단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을 축으로 한 미국의 중동 정책에 반발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가장 먼저 의심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 안에서 이런 규모로 정교한 테러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자생적 과격 광신세력뿐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미국 사상 최악의 테러였던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사건도당초 오사마 빈 라덴 등 이슬람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결국 미국 체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걸프전 참전 용사 티모시 멕베이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올 초 공개처형 논란으로 다시 부각된 멕베이의 배후에 과격 집단이 있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났으나, 정부가 파문을 우려해 은폐ㆍ 축소했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미국은 추락한 국민적 자부심과 사기를 회복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응징 표적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중동 등 여러 지역에서 대량 공습과 보복 테러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또 건국 이후 처음 본토 심장부를 강타당한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 등 군비강화와 고립주의 회귀 경향을 동시에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 국제정세 악화 속에 한반도 긴장완화도 한층 어려워 질 것이 무엇보다 걱정스럽다.

미국이 총력을 기울일 ‘테러 전쟁’은 냉전 종식 뒤 국제 질서를 역전시킨 걸프전 이상의 충격을 몰고올 것이다.

미국이 사태의 근본인 대외 개입정책을 스스로 반성하는 과제는 당장 우선 순위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대응 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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