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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이사철 아파트村 "전세" "월세" 氣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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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이사철 아파트村 "전세" "월세" 氣싸움

입력
200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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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말께 살고 있는 전셋집 임대계약이 끝나는 주부 권모(31ㆍ노원구 상계동)씨는 허탈감에 빠져 있다.두 달째 노원구는 물론이고 인근 강북구, 도봉구의 아파트 단지들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지만 아직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것.

그러나 그가 더욱 망연자실한 이유는 적당한 빈 집이 이웃에는 꽤 눈에 띄기 때문이다. 대부분 월세가 들어올 때까지 비워둔 매물들이다.

박 씨는 “월 임대료가 웬만해도 들어가겠지만 월 1% 수준이어서 빠듯한 남편 월급으로는 부담이 크다”며“집을 비워가며 배짱을 내미는 집주인들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주택 전ㆍ월세 시장은 지금 집주인과세입자간 기(氣)싸움이 한창이다. 세입자들은 가능한 전세를 고수하려 하고 집주인은 집을 비워놓는 한이 있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월세로 전환하려는신경전이다.

때문에 전세는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가격이 치솟고 있는 반면, 월세는 공급이 넘쳐 몇 달씩 빈 집으로 남아있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지역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 사례가 많았던 노원구, 도봉구, 송파구, 영등포구 등에는 세입자를 찾지 못해 2~3개월씩 비어 있는 집들이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21세기 컨설팅사와 공동으로노원구의 다가구 및 아파트 월세 매물 128건을 집중조사한 결과 73%에 달하는 93가구가 현재 집이 빈 상태다. 송파구 석촌동, 잠실동 등도조사된 72개 월세매물 가운데 50%에 달하는 35가구가 빈집이다.

반면 이 지역 전세는 나오기가 무섭게 서너 시간 내에 나가기 바쁘다. 상계동 B부동산 박모(43)사장은 “전세는 아예 없고 가장 월세가 많은 23~25평의 경우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세 30만~50만원 대 매물이 많다”며 “보증금을 전세금에 가깝게 두려는 세입자와 월세수익을 많이 받으려는 집주인간 신경전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한편 월세 매물 적체가 늘어나는데도 전세의 월세전환은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울에 비해 전세물량에 다소 여유가 있었던경기 성남시 분당, 안양시 평촌, 고양시 일산 등에도 최근 월세물량이 늘어나면서 매물 적체가 시작됐다.

소형 평형 전세가 많은 분당 정자동의 경우상반기만해도 전세대 월세 비율이 7:3을 넘지 않았으나 최근 5:5에 육박하고 있다.

증가하는 월세 가운데 대부분은 전혀 세가 나가지 않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월세를 고집하는 중이다. 분당 구미동 미래공인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는 세입자가 대기 명단에 오르고 월세는 집주인이 대기명단에 오르는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급의 왜곡현상이 심화하는이유는 저금리의 장기화 탓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손실을 감당하고도 월세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융자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집주인들도 주택 이자비용이 낮아지면서 한 두 달 버텨도 가계 현금흐름이 다소 여유로운 것도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또다른 수급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46)박사는 “어차피 수급 불균형이 길어지면 보증부 월세도 대출 이자율 수준으로떨어지게 마련”이라며 “건설업체들이 소형 수요를 과다하게 측정해 공급물량을 늘린다면 입주가 시작되는 시점에 공급과잉으로 오히려 집주인들의 자산가치폭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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