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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교통사고 왕국' 이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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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교통사고 왕국' 이유있다

입력
200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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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만 매년 교통사고로 1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세계적으로는 수백만 명이 넘는다. 교통사고는인류 역사상 어떤 처참한 전쟁보다도 더 많은 사상자를 냈다. 교통전문가의 지적대로 잘못된 교통문화가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자동차가 굴러 다니는 나라치고 교통사고가 없는 나라는 없겠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수준이라는 사실은 안타까운일이다.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왕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불감증이다. 교통사고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수조 원에 달하고, 매일30명 가까운 인명이 도로에서 죽어가는 데도 그 심각성에 대해 진지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

미국은 70년대 초부터 정부조직에교통안전청을 독립기구로 설치하고 교통사고의 예방과 단속을 강화해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연 약 1만 명으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자동차수를 감안하면 피해율이 우리의1/6에 불가한데도 의회에서 ‘교통사고 희생자를 한 사람이라도 줄이는 것이 국가적 긴급과제’라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집중해오고 있다.

독일의 벤츠사는 자사 차가 관련된 사고는 모두 현장에 직원을 출동시켜 조사하게 한다.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는 부서진 차가 교과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통선진국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이 돼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고 질서수준이 낮으며 안전시설이 충분하지 않는 등 교통문화가 총체적으로 열악하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없다.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대형사고 예컨대 서해페리호 침몰사고라든가 성수대교ㆍ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터졌을 때는 장관이 쫓겨나고, 고위층으로부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지시가 하달되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매일 30명이 죽고, 수십 명이 장애인이되는 등 가정파탄과 결손가정을 양산하는 교통사고는 날마다 반복되는데도 우리 사회는 치매에 걸린 듯 무덤덤하다.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운전자는 운전자대로교통사고는 나 아닌 다른 사람한테나 일어나는 일로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여긴다.

둘째는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죄의식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살인,강도,수뢰,원조교제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대해서는 손가락질을 하던 사람들이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도 뉘우침이나 부끄러움은 없고, 운수가 나빠 걸렸다고 생각한다.

교통법규도 사회적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언젠가는 자신도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발 붙이고 살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본다. 교통법규 위반자는 대부분 벌금 몇만 원만 내면 면죄부를 받는다.

벌금보다는 하루나 이틀 봉사활동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이 경우 직장인이라면 결근을 해야 할 것이고 사유서도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직장상사나 동료들이 그 사람의 비행을 알게 되고 사내에서의 평가나 고과에서도 불이익을받게 될 것이다.

자영업자라면 생업에 지장을 받게 된다.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돈 몇 푼 내면 만사가 해결되는 시스템에서는 교통사고 왕국의 오명을 벗기가 어렵다.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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