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은 11일 오전 사상 최악의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다.오전 9시를 전후해 뉴욕 최대 건물인 110층의 세계무역센터가 여객기 충돌로 붕괴하자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특히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이 밀집한 월 스트리트는 출근 시간 유동 인구가 엄청난 상태에서 갑작스런 사태가 발생하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CNN 방송 등 미 주요 언론들은 비행기 충돌 직후 무역센터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뛰쳐 나가 거리가 아수라장을 이루었다고 보도했다. 흥분과 공포에 빠진 목격자들은 오전 8시 48분 첫 비행기가 무역센터 건물에 충돌한 데이어 18분 후 두 번째 비행기가 충돌, 쌍둥이 무역센터 상층부가 순식간에 연기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첫 충돌 직후 폭파된 건물의 잔해들이 출근길 거리로 나뒹굴었으며 두번째 충돌로 건물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면서 화염과 연기가 순식간에 치솟았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사무실에 출근해 있던 무역센터 입주 금융기관 직원들과인근 건물의 회사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건물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일대 혼란을 겪었다.
두 차례 충돌로 무역센터 건물에서는 서너 차례 폭발이 일어났고 결국 충돌 1시간여 뒤 두 건물 모두 굉음을 내며 무너져내렸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건물 붕괴를 전후해 무역센터 주변은 30분 가량 먼지와 폭발 연기에 휩싸였다.건물 붕괴와 함께 쏟아져 내린 유리와 시멘트 잔해들은 인근 거리에 5~6㎝ 두께로 쌓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무역센터 건물 입주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5만 명에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팬암 빌딩 등 ‘마천루’ 로 불린 월가의 대형 빌딩에선 갓 출근한 시민들이 공포에 질린 채 거리로 뛰쳐 나왔다. 지하철로 출근하다 첫 충돌의 굉음을듣고 거리로 뛰쳐 나온 한 시민은 “무역센터 건물에서 사람들이 밖으로 떨어진 것을 본 직후 두 번째 충돌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무역센터 직원들이 비행기 충돌 직후 비명을 지르며 잇따라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또 비행기 충돌 직후 무역센터 입주 사무실의 서류로 보이는 종이 조각들이5㎞ 가까이 떨어진 브루클린까지 나뒹굴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비행기 충돌에 대한 사전 경고가 전혀 없었으며 사건이 급작스럽게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한 시민은 “거리로 나온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울고 정신 없이 뛰어 다녔다”며“맨해튼은 전쟁 지역과 다름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뉴욕시는 사건 직후 뉴욕 전역에 전면 테러 경계령을 내리고 조지 워싱턴 다리를비롯한 모든 다리와 링컨 터널 등의 통행을 전면 중단했다. 또 뉴욕 맨해튼을 인근 뉴저지 등과 연결시키는 무역센터 인근의 호보켄 환승역은 물론 뉴욕 전역을 관통하는 모든 지하철의 운행도 일제히 중단됐다. 출근길 시민들은 손전등을 켜고 터널을 걸어서 건너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아예 발길을 돌려 집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존 F 케네디, 라과디아, 뉴어크 공항 등 뉴욕 내 3개 국제 공항도 일제히 폐쇄돼 항공기 운항을 멈췄다.
사건 직후 월 스트리트 중심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엔 빌딩에 소개령이 내려진 것은 물론 인근 대형 금융기관들도 사건 직후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이날 뉴욕시장 1차 선거일 연기를 발표하면서“월가 인근 지역 전 건물에 대피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시민들이 진정하고 사태를 지켜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건 직후 증권 거래를 중단한 NYSE의 봅 렌다인 대변인은 “두차례의 비행기 충돌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충돌 직후 무역센터 입주 사무실의 집기들이 바깥으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무역센터건물에 충돌한 2대의 항공기가 보스턴에서 캘리포니아, 텍사스주 댈라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아메리칸 항공(AA) 소속 비행기라고 전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수도 워싱턴 D.C 는 동시 다발적인 폭발과 화재로 시 전체가 전시를 방불케 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주요 관공서는 소개령이 내려져 텅 비었고 연방정부의 모든 행정은 완전 마비됐다.
워싱턴에서는 백악관 인근에 비행기가 떨어지는가 하면 국방부를 비롯한 국무부와 법무부 건물등 주요 관공서에 불길이 치솟는 등 총체적인 아수라장에 빠졌다.
미국 국방부 건물과 백악관 서쪽 인근에 11일 오전 9시50분께(이하 현지시간) 비행기 한 대가 충돌,국방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국회의사당과 링컨 기념관에 이르는 국립광장에도 불이 났다. 한 목격자는 국방부 건물에서 폭발상황을 목격했다면서“거대한 오렌지색 불꽃이 건물 한편에서 치솟았다”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 비행기 충돌사고 이후 약 한 시간만에 아메리칸항공(AA) 소속여객기 한대가 낮게 비행하다 곧바로 국방부 1층 건물로 돌진, 추락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폭발 지역은 백악관 서쪽과도 가까운 지역이다. 이 여객기는 아메리칸 항공 757기로 58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목격자는 비행기 충돌로 헬기 한 대가 폭발했으며, 추락한 비행기 꼬리가 국방부 건물 한편을 뚫고들어갔다면서 국방부 건물에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고 파손됐다고 전했다. 국방부 건물에서는 직원 7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폭발로 국방부 건물 서쪽 통행이 마비된 상황이다. 폭파된 국방부 건물 더미들이 포토맥강을 따라 흘러 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급파된 구조 대원들은건물 더미 아래서 부상자와 사망자를 찾아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국방부는 제 2차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총 비상령을 내린 가운데 펜타곤 상공에는 전투기들이 방어비행을 계속했다. 이런 가운데 아메리칸 항공 보잉 767기가 납치돼 2차 공격을 위해 펜타곤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국방부와 백악관은 테러로 보이는 공격이 일어난 직후 전 직원들에게 건물에서 대피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근처의 국무부 건물 직원들도 모두 대피하고 있으며, 재무부와 국회의사당 건물도 모두 소개령이 내려졌다. 직원들은 대피와 함께 주요 서류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워싱턴으로 향하는 모든 다리와 터널은 통제됐고 시 전체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국내외 전화도 모두마비돼, 안부를 궁금해 하는 친지들을 애타게했다. 조지 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 병원 등 백악관과 국방부 인근 병원들은 부상자들을 치료하느라 정신이없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라토타 소재 초등학교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연설 도중 이 같은 긴급사태를통보 받고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토록 지시한 후 수대의 전투기들의 호위 속에 급거 워싱턴으로 귀환했다.
한편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등 펜실베니아 지역에서도 동시 다발적인 비행기 추락, 화재가 발생, 대 혼란에빠졌다. 피츠버그에서는 뉴저지를 출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소속 여객기가 오전 10시께 제너스타운 동쪽 12㎞에 추락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또 폭탄을 장착한 여객기 한대가 클리블랜드에 불시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날 상황은 전시와 다름 없는 상황이었으며 미국 정부는 만일에 사태에 대비, 예비 달러를 공급할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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