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거대 기업들에 미래는 있는가.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10일 창간 25주년 특집기사 ‘아시아의 미래’에서 아시아 각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거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으나, 한국의 재벌을 비롯한 이들은 달라진 기업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거대 기업들은 1998,98년 경제위기 이후 시련을 겪었지만 자본 및 인적자원의 집중도는 여전히 놀라운 수준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2차 대전 이후 이른바 ‘자이바쓰’(財閥)를공식 해체한 일본에서는 ‘케이레쓰’(系列)라는 이름의 유사 기업군이 등장,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기업 기업의 지배력은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등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과거 기업활동을 억압해 온 중국에서조차 국내 자본을 바탕으로 한 거대 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비호와 가족 중심 경영을 특징으로 한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경제 시대를 맞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기업으로, 동-서양의 가치를 적절히 혼합한 이른바 ‘퓨전 경영’으로 탄탄한 지위를 확보해온 홍콩의 허치슨 왐포아를 꼽았다.
정치권과의 ‘커넥션’을 활용, 말레이시아의 대표 재벌로 성장한 아난다크리스난도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새로운 생존책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거대 기업들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예가 한국의 재벌들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한국이 1950년대 인도보다 더 가난한 나라에서 30여년 만에 아시아 제2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압축성장’ 과정은 정부가 재벌을 적극 지원해 가능했고, 때로는 무엇을 생산할 것 인지까지 관여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한국의 정부와 재벌들은 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취약한 경제기반을 개혁할 기회를맞았으나 예상보다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97년의 교훈’이실종됐다고 이 신문은 꼬집었다.
글로만 삭스의 분석가 펀 장은 “한국 정부는 (99년)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자 재벌 개혁에서 손을 뗐고, 그 결과는 한국 경제에 두고두고 큰 짐이 될 것”이라고진단했다.
이 신문은 개혁 실종의 주요 원인은 과거 정권과 목적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마찬가지 부작용을 낳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98년 정부가 주도한 이른바 '빅 딜'로 탄생한 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의 최근 위기는 빅 딜이 본래 목적인 중복투자 해소가 아니라 단지 기업 수를 줄이는 수단으로 전락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홍콩 PERC 보고서
아시아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불어 닥친 개혁 바람에도 불구하고 기업 독점이 여전하며 국영기업의 지배력은 더 높아졌다고 홍콩의 정치ㆍ경제 위기자문사(PERC)가 9일 밝혔다.
이 기관은 아시아 12개국 주재 외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조사,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지나치게 채무가 많은 아시아 재벌들이 국영은행으로 소유가 넘어가면서 정부 통제 아래 들어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공공부문의 기업 소유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국가가 직접 경영하거나 관여하는 기업들이 기업 개혁의 매개 역할을 해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의관여 때문에 사업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뤄지거나 국가 안보 등의 명분에 밀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홍콩, 일본, 필리핀 순으로 민간과 국영 기업간의 경쟁이 낮았으며 한국은 6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여가 심한 나라는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이었으며 기업 독점과 카르텔에 따른 시장 왜곡이적은 나라로는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이 꼽혔다.
싱가포르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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