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고 입이 귀에 걸렸던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 줄리아로버츠, 마이클 더글라스의 아내가 된 할리우드 최고 섹시스타 캐서린 제타존스, 아카데미 단골 사회자였던 코미디의 달인 빌리 크리스탈, 그리고 존쿠삭.이들이 모였으니 조 로스 감독의 ‘아메리칸 스윗하트(America’s Sweetheart)’ 는 요란스러울 만도 하다. 더구나 그들로서는 가장 익숙한 할리우드 인간들이 소재이다.
우디 알렌의 ‘브로드웨이를쏴라’가 그들의 위선과 부도덕에 냉소적인 침을 뱉었다면, 이 영화는 장난스럽게 ‘똥침’을 놓는다.
영화 앞에서 보여주는 영화인들의 모든 행위는 사기와 위선이다. 그들은 오직 흥행과 자신의 인기만 생각한다.‘아메리칸 스윗하트’ 는 시사회(정켓)를 둘러싼 해프닝을 통해 그것을 명쾌하고유쾌하게 드러낸다.
할리우드 최고 스타 커플인 에디(존 쿠삭)와 그웬(케서린 제타존스). 그들은지금 별거중이다. 그웬이 스페인계 2류 배우와 바람이 났기 때문이다.
그 충격으로 깊은 산속 기도원으로 들어간 에디. 별거 전에 두 사람이 찍은영화 ‘시간을 넘어서’가 있다.
SF물이라는 것뿐, 어떤 영화인지 어떤 내용인지아무도 모른다. 괴팍한 감독 할(크리스토퍼 월큰)이 시사회에 직접 필름을 가져와 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냥 손 놓고 기다릴 제작자가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영화를 띄워라.총대를 멘 홍보 담당자 리(빌리 크리스탈).
우선 갈라선 두 주연배우를 데려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중요한건 영화가 아니다. 시사회인지뭔지 기자들이 헷갈리게 만들자. 최고급 가방과 향수, 초콜릿을 선물로 주고, 배우 인터뷰로 정신을 뺏어버리자.
그의 작전은 성공. 두 배우는 다시 ‘미국의연인’ 으로 돌아온 것처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손에 이혼서류를 쥐고 있으면서 억지 미소를 짓는다.
그런 일을 꾸민 리를 향해 에디는 “영화를 위해서는 시체까지도 팔아먹을 인간”이라고 빈정댄다. 그러면 어때. 홍보만 잘 되고 스타 이미지만 높이면 그만이지.
‘진주만’도화려한 쇼로 떴고, 별거 중이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까지 ‘시사회’에나오는 세상인데.
그러고 보니 한 사람이 빠졌다. 참, 줄리아 로버츠가 있었지. 에디의 오랜 친구이자 그웬의 언니인 키키. 말이 언니고 매니저이지 그웬의 하인이나 다름없다.
기분 달래기, 어깨 주물러 주기, 옷 챙겨주기, 과일 준비하기로 하루가간다. 동생의 삶이 곧 자신의 전부가 돼버린 이 불쌍한 서른 세 살의 노처녀.
그러나 에디가 그의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진실을 깨닫는 순간 이‘귀여운 여인’은 또 한번 신데렐라가 된다.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촬영장을 몰래카메라로 담은 영화 속의 영화 ‘시간을 너머’로 끝까지 할리우드 인간들의 가식을 재치있게 풍자한다.
심지어 그웬의 애인인 헥터, 리의 부하직원까지 코믹한 캐릭터와 재치 넘치는 상황을 만든다. 할리우드 속성을 너무나 잘 아는빌리 크리스탈이 시나리오를 썼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줄리아 로버츠를 신데렐라로 만드는 기술만은 서투르기 짝이 없다. 그에게그것까지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까. 21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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