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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애널리스트 24시 - 외국계 증권회사 K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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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애널리스트 24시 - 외국계 증권회사 K부장

입력
2001.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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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아침 6시30분. 외국계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K(39)부장은 아직도 몽롱한 정신을 추스리기 위해 찬물을 뒤집어쓰고 집을 나섰다.기관 펀드매니저를 접대하는 전날 밤 자리에 회사 간부들과 동석했던 것. 애널리스트도 접대를?

“큰 돈을 유치하면 주식 매입 수수료만도 억대에 이릅니다. 당연히 전주(錢主)와의 인간관계가 중요하지요. 우리 회사에도 그들을 ‘관리’하는이들이 몇 있습니다. 어제는 그런 접대자리에 나가 한 철강업체의 투자전망을 직접 설명했습니다.”

7시 광화문 사무실에 도착, 조간신문부터 살핀 뒤 8시 애널리스트 10명이 모이는 미팅에 참석해 하이닉스 반도체 추가지원과 대우차 매각협상 추이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증시가 개장하는 9시부터 12시까지는 대개 자료를 뒤적이며 담당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지만, 이날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틀 전 주식매도 추천을 한 기업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엉터리 분석에 책임지라”며 빗발치듯 항의전화를 해댄 것. 그 주식은 K씨의 예측과 달리 이날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있었다.

“제대로 한 것 같은 데 막상 시장평가가 다를 땐 정말괴롭습니다. 요즘처럼 침체 국면일 땐 루머에 의해 장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더 힘이 듭니다. 좀 있으면 위로부터도한마디 듣겠네요.”

물론 분석이 적중할 때의 성취감은 남다르다. 특히 다른 애널리스트들이 외면하거나가 망없다고 예측한 주식에 대해 정반대의 평가가 맞아 떨어졌을 때의 짜릿함은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K씨를 5년이나 지탱해준 동력이었다.

그는올 상반기 달러 환율 안정과 신기술 도입을 재료로 추천한 한 운수업체의 주가가 80%이상 뛰어 역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낮 12시 동료들과 점심을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때운 뒤 사무실로 돌아오자 마자 정신없이 바빠진다. 펀드매니저들로부터 30여통의 전화를 받고 각종 재무자료와 그래픽 등을 들추며 논의를 거듭한다. 경제지 기자들의 문의전화를 받는것도 이때.

오후 3시 증시가 마감되면 상ㆍ하한가를 기록했거나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중심으로 다음날 미팅자료를 챙겨놓고는담당 기업탐방에 나선다.

2시간 후 전자 통신장비 벤처업체의 기획팀장을 만나고 돌아온 K씨는 혀를 끌끌 찬다. “재무구조나영업실적을 봐선 위기가 분명한 데 도무지 말이 먹히질 않네요.

오너에 대한 맹신에다 지난해 정부가 수여한 우수 벤처표창의 환상에 사로잡혀 오히려 저를 무능한 애널리스트라고 몰아 붙이더군요. 심한 경우 출입을 저지당하거나 심지어 멱살을 잡히기도 합니다.”

오후 7시 무렵 K부장은 배달된 된장찌개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퇴근요? 요즘 회사 분위기가 워낙 흉흉해서요. 조간신문 가판이나 읽으면서 눈치 좀 봐야죠.”

조심스레 연봉을 물었다. “세금으로 워낙 많이 떼이지만 총액은 2억원 정도 됩니다. 미국 MBA 출신에다 증권사 근무경력이 평가받은 것 같아요.

호황이었던 재작년엔 100% 보너스까지 받았지만, 올 연말엔 기본만 받아도 다행이겠지요. 솔직히 이제 체력도 달리고 치고 올라오는 신예들의 기세도 겁이 납니다.

빨리 실적을 올려 밀려난 후를 대비해야 겠다는 초조감에 잠 못 이룰 때가 많아요.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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