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사립고 시범운영 신청을 10일 마감한 결과, 전국에서 27개 사립고가 신청했다. 그러나 이중 19개교가 도입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서울 지역 고교이고, 지방은 8개교에 불과해 이르면 내년부터 16개 시ㆍ도교육청 별로 1,2개교씩 30개시범학교를 운영하려던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또 일부 시ㆍ도교육청이 학교 지원을 암시하며 신청을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교육부의 자립형사립고 정책은 교육 현실을 무시한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서울은 이상과열, 지방은 외면
신청학교는 ▦서울 경희고, 경희여고, 대원여고, 미림여고, 보성고, 선정고, 성남고, 세화고, 세화여고,신일고, 영신여고, 영일고, 이화ㆍ금란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산고, 중앙고, 한가람고, 현대고 ▦부산 장안제일고, 해운대고 ▦울산 현대청운고 ▦강원 민족사관고 ▦전북 전주 상산고, 군산 중앙고 ▦전남 광양제철고 ▦경북 포항제철고 등 전국 27개교.
지난달 18일 접수를 시작한 서울은 이날 오후3시까지 불과 6개교만이 신청했지만 오후6시 마감까지 3시간 동안 13개교가 신청, 대입 원서접수를 방불케 하는 막판 과열현상까지 보였다.
그러나 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이 “2002년 운영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선정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실정이다.
지방은 대구, 광주, 인천, 대전, 경기, 충ㆍ남북, 경남, 제주 등 9개 시ㆍ도에서 단 한 개교도 신청하지 않아 자립형사립고는 시작부터 심한 지역 불균형 속에 비틀 거릴 것으로 보인다.
■ 신청 유도 있었나
지방의 경우 사립고의 반응이 냉담하자 일선 교육청이 ‘당근’을 내걸며 자립형사립고 신청을 요청했다는 뒷말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충남 A고 교장은 “도교육청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을 거론하면서 신청 의사를 물어왔다”고 밝혔고, 인천B고 재단관계자도 “인천에서 자립형사립고 신청이 가능한 학교는 우리 학교밖에 없다며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부산 C여고 관계자도“지원이야기는 없었지만 검토해달라는 전화가 온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선 교육청 관계자들은 “신청을 요청한 적이 결코 없다”고 부인했으나 한 교육청 관계자는“예산 배정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교육청이 교육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신청고 청사진
‘입시명문화’ ‘귀족학교화’ 비난을 의식한 듯 이날 신청고들은 학교헌장을 통해 각각의 인재양성 목표를 밝혔다.
세화고는 문화산업 인재 양성을 내걸었으며, 이화여고와 미림여고는 각각 기독교정신에 기초한 미래 여성지도자양성과 국제역량을 갖춘 여성인재 양성을 내세웠다. 대원여고는 세원인성계발고로 이름을 바꿔 도덕교육을 앞세웠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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