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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 '황해문화'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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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 '황해문화' 가을호

입력
2001.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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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올곧은 사회비판 70년대 '창작과 비평' 보는듯지난 달 말에 계간지 가을호가 쏟아져 나왔다. 기자가 훑을 수 있었던 계간지들가운데 특히 ‘황해문화’에 눈길이 갔다.

‘황해문화’는 인천에 있는 새얼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계간지인데 이번 가을호가 통권 32호다.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모토대로, ‘황해문화’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세방화(世方化)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고 출발한 잡지다.

초기에는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지역의 쟁점들을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요사이엔 그 비중이 다소 줄었다.

가을호 계간지들 가운데‘황해문화’를 특히 꼼꼼히 읽은 것은 이 잡지가 다룬 의제들이 다른 계간지들의 경우와 비교해 현실과 더 밀착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황해문화’는‘21세기 미국은 무엇인가’라는 특집 안에 재미 언론인 김민웅씨를 비롯한 다섯 필자의 글을 모았다.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나라는 지구 위에없겠지만, 특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은 압도적이다.

문화 상품에 대한 기호에서 남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드리워진 미국의 그림자는 짙고크다.

부시 정권의 좌충우돌로 한국과 세계가 곤혹스러워하는 지금, 미국의 의미를 되묻는 특집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황해문화’는 또김명인 편집주간의 권두언과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의 인터뷰 그리고 동덕여대 권성우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좁게는 문학권력이나 언론권력,넓게는 문화권력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루었다.

언론권력을 포함한 문화권력 문제는 90년대 후반부터 우리 사회 일각에서 쟁점화했고, 특히 올 들어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첨예화한 바 있다.

편집진은 개입하지 않은 채 ‘언론 개혁,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외부인사 좌담으로 이 문제를 두루 뭉실하게 처리한 ‘창작과 비평’에 비해, 문화장에서의 소수파적 입장을 또렷이 한 ‘황해문학’의 태도는 한결 솔직하고 올곧아보인다.

실상 영향력의 문제를 접어두면, ‘황해문화’는 1970년대에 ‘창작과 비평’이 했던 역할을 떠맡고 있는 것 같다.

편집주간 김명인씨는1990년대 초에 동료 문학비평가 이재현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신의 좌파적 문학관을 철회하는 듯한 발언을 해 민중문학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파에 대한 옹호와 굳은 권력관계에 대한 비판이 좌파의 임무라면, 김명인씨나 이재현씨는 여전히 좌파다. 그것은 문학적 출발점이 그들보다 훨씬 오른쪽이었던 권성우 교수도 마찬가지다.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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