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나와 거리를 활보하는 콜레라 환자, 콜레라 증세를 보이면서도 음식을 만들어 판 주방장….'콜레라가 창궐하는 가운데 보건당국의 예방과 방역이 곳곳에서 구멍이 뚫려 이번 콜레라 사태 역시 ‘인재(人災)’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보건당국은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콜레라 환자로 판명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격리, 치료해야 하는 데도 이를 소홀히한 것으로드러나 책임 추궁과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국립보건원은초동대응에서부터 실패와 실수를 연발했다. 보건당국이 콜레라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전국적으로 모니터링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13일.
그러나 일주일 후인 18일에는 이번 콜레라의 발원지인 경북 영천의 기사뷔페식당 종업원 권모(50ㆍ여)씨가 콜레라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입원하고 23일에는 링거주사까지 맞았는데도 현지 병원의 무신경 등으로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이 식당 이용자중 콜레라 환자가 첫발생한 후에도 보건당국은 넋놓고 있었다. 식당 이용자의 30%는 이동이 잦은 트럭운전사와 택시기사로 균을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신고만 기다릴 뿐 운전기사 검진 등의 적극적인 조치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국립보건원은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공공보건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영천시의 경우 1997년만해도 13개 보건진료소 등에 100명이 근무했으나 현재는85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져 일손 부족이 콜레라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당한‘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저녁 영남대의료원 영천병원에서는 환자 박모(45ㆍ영천시)씨 등 3명이 병원을 나가 집에 갔다가 9일 오전 보건당국에 이끌려 병실로 돌아오는 등 무단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9일부터 병실에 경찰관을 배치했다.
또 경북 영천의 중국 음식점주인 겸 주방장 이모(45)씨는 영천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아들(15)과 함께 3일부터 설사증세를 보이면서도 음식을 계속 만들어 팔아오다 6일환자로 판명돼 2차 감염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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