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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통계를 분식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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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통계를 분식하는 정부

입력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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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하여‘감’만 잡고 일을 벌이기에는 위험하다.그래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인도 미래를 위해 일을 할 때, 의사결정의 근거자료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통계자료다.통계는 숫자로서 표현된과거다. 그러나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흐름의 방향과 속도를 갖고 있는 과거이므로 미래 예측의 훌륭한 도구가 된다. 100조원 이상의 예산안을짜고 집행하는 정부의 일에 통계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정직해야 할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고 오류를 밥먹듯 한다고 한다. 실업과 근로자실질임금 등 주로 경제통계를 관련부처마다 아전인수격으로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통계조작이 성행하고 있고, 이런 통계를 믿고 연구소마다 미래예측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기업에서의 통계조작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분식회계다. 이를 바로 잡겠다고 큰 소리쳐 온 정부가 ‘통계분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속담이 바로 이런 상황에 쓰라고 나온 말과 같다.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을 재추진하면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내세운 것이 쌀증산이었다. 그런데알고 보니 이 간척사업을 주관한 농림부내에서 이미 쌀과잉생산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뒤의 일이다. 수천년간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루어온 쌀증산 포기정책이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통계에 입각한 추이분석으로 나온 결론일 것이다. 과연 새만금 사업을 쌀만 보고 계속해야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어쨌든 정부는 엉터리 통계로 둘러댄 셈이다. 이렇게 되니 천문학적인 정부 사업들을 바라 보는 국민의 눈이 의심투성이다.

■통계를 조작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가 잘 써먹던 속임수였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이를 답습하고 있다니 더욱 실망스럽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과연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닌 모양이다.

정부는 엄청난 예산과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여기 저기서 부실의 전주곡들이 들려오고 있다. 과연 이런 정신상태의 공직자들에게 나라의 곳간을 맡겨 놓고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일까.

김수종 논설위원

si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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