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뜨겁다. 화이자 제약의 비아그라가 2년 동안 독점적으로 장악해온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신약과 보조제들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신약들은 비아그라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했다고 주장하고있어, 부작용을 우려해 비아그라 복용을 꺼려했던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가장 먼저 도전장을 낸 약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누에그라. 5일부터 시판에 들어간누에그라는 기능성 보조제로, 치료제는 아니다. 하지만 공동개발자인 근화제약측은 누에그라가 비아그라처럼 즉각적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으나, 복용한지 10일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며, 일정기간이 지나면 복용하지 않아도 발기능력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누에그라의 주성분은 교미하지 않은 수컷나방(원잠아)으로 조선시대 동의보감이나 중국 후한시대 신농본초경 등 이미 선조들의 의학서를 통해 오래 전부터 정력제로 효능을 인정받아 온 약재. 개발자인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류강선 박사는 “쥐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정자수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함량의 놀라운 증가를 보였다” 고 말했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비뇨기과 안태영교수가 가까운 시일 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수는 이밖에 한국인삼연초연구원과 홍삼추출물인 사포닌 성분의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 현재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이다.
한국판 발기부전 치료제 개발은 더욱 고무적인 성과이다. 동아제약, SK제약은최근 발기부전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서울대병원 등 여러 대학병원에 동물실험을 의뢰한 상태이다. 또 종근당은 정력증진용 건강보조식품 롱타임F를 판매중이다.
비아그라의 아성을 넘보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은 내년 초 시판 예정인 일라이 릴리와 아이코스의 공동개발 제품인 ‘시알리스’와, 바이엘의 ‘바데나필’이다. 바데나필의 매력적 특징은 비아그라 복용을 절대금했던 심혈관계 환자들도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
심혈관계 부작용은 적으면서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등 새로운 부작용이 호소되고 있으나, 바이엘측은 용량을 줄일 경우 부작용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알리스는 비아그라의 약효를 기대하기 힘들었던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으로 알려졌다. 바데나필과시알리스는 거대제약사답게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과는 별도로 국내에서도 올 가을 임상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애보트와 다케다가 공동개발해 이미 유럽에선 시판에 들어간 유프리마(일본명 아이젠스)도곧 국내 수입돼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유프리마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발기를 유도하는 비아그라와 달리 알약을 혀 밑에 넣고 20분이 지나면 녹으면서 발기를 유발한다. 부작용은 구역질, 어지럼증, 두통이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는“ 남성 정력제 및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양성화됐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경쟁 제품이 더욱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효능은 점점 개선되고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시장 규모가 놀라운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비아그라의 전세계 판매액은 13억 달러. 국내에서만도 99년 10월부터20개월 동안 190억 원 어치가 팔렸다. 가짜 비아그라 시장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화이자측은 최근 40~70세 미국 남성의 절반이 발기부전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으면서, 올해 판매액이 1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백 교수는 “ 발기부전 환자가 증가한다기보다는 남성노화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페미니즘이 강조되면서 여성들의 성적인 요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NIH(국립보건원)는 발기부전의 기준을 ‘만족스런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발기를 일으키는 데 무능력한 상태’ 라고 정의하고 있다.
송영주 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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