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의 이용경(李容璟ㆍ58) 사장은 N세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50대다. 핵심 고객인 10대와 20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만의 세계를 관통하는 테마가 무엇인지 꿰뚫어 보고 있다. 지난 해 5월 ‘1823’세대 대상 브랜드인 ‘나’(Na)를 출시할 때도 탁월한 감각은 유감없이 발휘됐다.달동네를 무대로 무명 모델들이 “나는누구예요”“나도 몰러”라는 알 듯 모를 듯 한 대사를 이어가는 광고안이 임원 회의에 보고됐다. 대다수 임원은 물론 광고팀조차 “리스크가 크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이 광고를 과감히 채택했다.
결과는 대성공. N세대 사이에 엽기ㆍ복고 신드롬이 확산됐고 출시 1년만에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성공사례는 또 있다. 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무선인터넷에 여성만의 공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여성 전용 컨텐츠가 꽉 차 있는 브랜드 ‘드라마’는 이렇게 출시됐고 단기간에 50만명의 여성을 끌어 모았다.
요즘 이 사장의 관심은 최근 출시한 10대 전용 브랜드 ‘비기’(Bigi)에 쏠려있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이동통신 문화를 심어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10대 청소년의 절반이상이 휴대폰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싼 값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그의 책무라고 믿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집, 학교, 학원, 공공기관 등 거주지 주변 지역의 제한된 상대와 통화하면서 그들만의 전용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 상품을 보급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의 젊고 유연한 사고와 풍부한 아이디어 뒤에는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숨어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CEO로 평가되는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엑손, AT&T 벨연구소 등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해 초 공개모집에 응모, 2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장에 선임됐다.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없다는 일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취임직후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고객과 주주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경영’을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펼쳐졌다.
이 사장은 임원들의 사표까지 받아놓고 무선인터넷 ‘매직ⓝ’ 가입자 및 매출액 확대를 독려, 각종 기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국내증시 사상 시가 총액으로 최대 규모(8조원)의 M&A였던 한국통신엠닷컴(구 한솔엠닷컴)과의 합병을 성공리에마무리 짓고 KTF를 가입자 960만명, 연매출 5조원 규모의 세계 20위권 통신기업으로 키운 것도 그의 공이다.
이 사장은 ‘정보화 격차 해소’ ‘정보 평등 실현’을 위한 전도사 역할에도 열심이다. 취임 이후 각종 국내외 회의에 참석, 강연한 횟수만 해도 20회가 넘는다. “대학이나 학회에서 강연 요청이 오면 시간을 쪼개서 꼭 갑니다. 저의 지식이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또한 우리나라 정보기술(IT)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은 KTF를 ‘글로벌 톱10 이동통신 기업’, ‘가입자 및 매출액 기준 세계 10위권 회사’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무선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자유자재로 쓰는 50대. 10대들의 마음으로 들어가 그들의 니즈(Needs)까지 꿰뚫어 보는 ‘IT 전도사’ 가 이끄는 KTF의 다음 수가 기대된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이용경 사장 약력
1943년 경기 안양시 출생
1960년 경기고 졸업
1964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5년 미국 버클리대 전자공학 박사
1979년 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
1993년 한국통신 연구개발단장
2000년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2001년 KTF사장
■KTF는 어떤 회사
KTF는 5월2일 한국통신프리텔(016)과 한국통신엠닷컴(018)이 합병해 탄생했다. 한국통신이 지난 해 6월 한솔그룹 등으로부터 한솔엠닷컴을 인수한 이후 11개월만의 일이었다.
KTF는 8월 말 현재 가입자 959만7,000여명(시장점유율 34.1%)을보유한, 가입자 및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세계 23위의 이동통신 사업자이다. 올 상반기 총매출액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난 2조203억원,순이익은 무려 1,520%나 증가한 1,134억원을 기록했다.
KTF는 올 연 말까지 가입자 990만명, 시장점유율 36%, 총매출 5조3,000억원에2,500억~3,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KTF의 강점은 무선인터넷 분야. ‘매직ⓝ’에 이어 N세대를 위한 ‘나’(Na), 1318 세대를 겨냥한 ‘비기’(Bigi), 여성 전용 브랜드인 ‘드라마’, 기업 고객을 위한 ‘Viz‘ 등 연령별 성별 등으로 세분화한 독특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매직ⓝ은 최근 한국능률협회에서 실시한 네티즌 및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 최고유ㆍ무선 포털 서비스로 선정됐다. KTF는 올 해 안에 PC처럼 휴대폰에 아이콘이 뜨는 멀티팩 서비스를 실시하고,무선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M-Commerce)를 활성화하는 등 무선인터넷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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