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률 증가에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 지수가 234.99포인트(2.39%) 하락한9,605.85까지 떨어지고 나스닥 지수도 17.94포인트(1.05%) 하락한 1,687.70에 마감됐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3월22일 최저치(9,106)와4월4일 최저치(1,619)를 위협받게 됐다. 특히 대형주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S&P500 지수는 장중 한 때 최근 3년동안 최저치인1,081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 1,085.78로 마감됐다.
종목별로는 보잉이 7.17%나 폭락했고 AT&T(3.38%) 제너럴모터스(3.10%)씨티그룹(2.29%) 등의 하락폭도 컸다. 다만 인텔이 3ㆍ4분기 실적을 예상치에 부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필라델피아 지수는0.45% 올랐다.
뉴욕 증시뿐 아니라 유럽 증시도 투매가 일면서 폭락했다. 런던 시장의FTSE100 지수가 134.00포인트(2.57%) 떨어진 5,070.30을 기록했고, 파리 시장의 CAC40 지수도 67.24포인트(1.50%)하락한 4,413.51로 마감됐다.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DAX 지수는 144.70포인트(2.97%) 떨어진 4,730.67을 보였다.
이처럼 세계 동반 폭락한 것은 미국의 8월 실업률이 7월보다 0.4% 포인트오른 4.9%로 집계됐기 때문. 이는 5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으로 당초 예상보다 0.4%포인트나 높은 것인데다 최근 4년동안 최고치다.
이러한 발표는 이미 실업자가 된 사람들과 고용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소비자가더욱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또 소비 감소는 결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고 기업은 또 다시 감원을 할 수 밖에없는 경기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현재 미국 경기를 소비가 지탱해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소식은 시장에공황에 가까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전미구매관리자협회 비제조업 지수가 전달의 48.9보다 떨어진 45.5를 기록한 점도실업률 하락과 맞물려 투매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시장이 이처럼 폭락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0월 기준 금리인하폭을 당초 0.25%에서 0.5%로 늘리거나 일정을 앞당길 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시장의 투매를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미 실업률상승은 10일 개장하는 아시아증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한국증시 외풍 버텨낼까
세계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7월2일~9월7일 13개국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독일의 DAX지수는 6,109.50에서 4,730.67로 22.57%, 나스닥지수는 2,148.72에서 1,687.70으로 21.46%나 하락했다.
반면 서울증시의 종합지수는 6.98% 하락에 그쳤다. 이는 1만선 붕괴 초읽기에 들어간 일본 닛케이지수와 영국 프랑스 등 선진 5개국은 물론 멕시코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경쟁국보다 작은 폭이다. 상반기 많이 하락한 태국의 SET지수가 6.16% 올라 서울증시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을 뿐이다.
특히 7일 뉴욕을 진앙으로 한 세계증시의 동반 하락에서 반등세를 보여 서울증시가 세계증시 동조화란 무기력증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홀로서기’는 그동안 악재로 작용하던 구조조정 변수가 호재로 변하고,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기대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하이닉스반도체는 TFT-LCD매각과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추진 등으로 회생가능성을 높이며,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주식을 파는 세력보다는 사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시장은 악재에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이 달 중 대우차 매각 양해각서(MOU)체결 시사발언 등도 투자심리를 높일 재료다.
대신증권 신용규 연구원은 “전저점에 거의 도달한 뉴욕증시가 새로운 저점을 확인한다면 모멘텀이 나올 시점이고, 매수거래 차익잔고가 많지 않아13일 선물·옵션만기일 충격의 우려도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종합지수의 하락 저항선인 540선은 지켜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해외 악재와 국내 호재가 맞붙은 상황에서 ‘나 홀로 강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버티기에 실패하면 실망매물이 쏟아져 하락 폭이 더 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 입장인 대우증권은 이동평균선들이 역배열 직전 단계이고, 구조조정 호재 영향도 개별기업에 한정되는 만큼 시장은 취약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팀장은 “미국의 자율적인 기업구조 조정과 달,리 한국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거의 한계 상황에 있어, 주가 버티기는 저금리 환상과 결부된 과다한 ‘돈의 힘’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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