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똑 같은 인테리어에싫증이 난다면 황학동 벼룩시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서울 중구 청계천 7, 8가 큰 길에서 신당동 중앙시장까지 펼쳐진 황학동 벼룩시장에는 그야말로없는 게 없다. 입주ㆍ노점상인 2,000여 명이 파는 물건은 대부분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치가 높다. 한국 전통 가옥의 분위기로 꾸미든 이국적 취향의실내로 꾸미든 선택은 자유다.
■우리 것으로 꾸미는 복고풍 인테리어
황학동 삼일아파트 15~17동 뒷골목에는 골동품만을 전문으로 파는 상점이 20여 개있다. 사랑방에 달았던 나무 문짝, 고추장을 담던 오지 항아리, 멍석, 쪽박, 떡살, 달구지 바퀴에 엿장수 가위까지 있다. 손때 묻은 진공관 라디오나철제 선풍기도 눈길을 끈다.
요즘 주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나무 함지박(3만~30만 원)과 문짝(5만~100만원), 달구지 바퀴(5만~30만 원) 등등. 1950, 6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다 꽃꽂이ㆍ과일 그릇이나 방ㆍ거실 가리개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나무 함지박의 경우 튼튼한 유리를 올려놓으면 거실 테이블이나 TV 받침대로 손색이 없다.
손이 좀 가더라도 완벽한 복고풍 인테리어를 꾸미고 싶다면 호롱(3만 원)과 짚으로만든 소쿠리(1만~3만 원)가 제격이다. 호롱은 보통 50년 이상 된 것이 많은데 천연 염색한 한지로 둘러싸 간접조명으로 활용하면 가을 분위기와잘 어울린다. 전기로 불을 밝히면 안전해서 좋다. 소쿠리는 말린 꽃을 가득 담아 벽에 걸면 된다.
이밖에 나무 쪽박(5만 원), 제니스 진공관 라디오(50만 원), 무쇠 다리미(3만원), 떡살(3만~30만 원), 엿장수 가위(2만 원), 징과 꽹과리(각 5만 원) 등이 나와 있다.
■외국 중고품으로 꾸미는 이국적 인테리어
삼일아파트 16동과 17동 사이에는 35년 된 만물사(02-2233-8371)를 비롯해외국 중고물건만 파는 가게가 10여 개 밀집해 있다. 구식 타자기나 영사기, 카메라, 심지어 영화 ‘카사블랑카’ 포스터, 체인으로 만든 괴물 인형도있다. 차량 번호판이나 양주 병, 깃발, 인형 등은 기본. 복제품이지만 중세 투구나 방패, 유성기도 눈길을 끈다.
김수종(50) 만물사 대표에 따르면 인기품목은 1950년대 제작돼 전세계에3,000여 개밖에 없다는 ‘엘비스 프레슬리’ 라디오(30만 원). 물론 복제품인데 프레슬리의 초상과 이름이 큼직하게 들어간 대형 라디오다. 이밖에‘RCA 빅터’ 라디오(15만 원), 독일제 중고 바이올린(10만 원), 낡은 색소폰(15만 원), 코로나 타자기(12만 원), 유성기(10만원)도 인기가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황학동30년 김정남씨 "요즘엔 청소년도 많이와요"
“1970, 80년대에는 민속주점이나 민속박물관 등에서 물건을 많이 찾았습니다. 요즘에는 주부나 청소년, 사업가들이 마음에 드는물건을 쏙쏙 빼 갑니다. 주로 아파트에 사는 이들이 콘크리트 생활에 싫증을 느낀 것이죠.”
김정남(59ㆍ사진) 민속골동 대표는 황학동을 30년 넘게 지켜왔다. 60년대 말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해 박물관과 서울 인사동을 돌아다니다 ‘적성’에맞아 이 일을 시작했다. 골동품 상점만 200여 개가 문전성시를 이뤘던 70년대 황학동 전성기도, 장안평으로 상가가빠져나간 80년대의 ‘아픔’도 모두 겪었다. 그러면서 인테리어 전문가가 다 됐다.
15평 남짓한 이 점포에 진열된물건은 2만 여 점. 20%는 고미술ㆍ골동품이고 80%는 인테리어용 복제품이다. 고객의 나이와 취향을 고려해 물건을 추천하는데 신혼부부에게는 이층장이나반닫이장을 권한다. 안을 잘 청소한 다음 장식용이나 옷장으로 쓰면 아주 좋다.
“집안분위기를 확 바꾸려면 고가구 모조품이 좋습니다. 100년 이상 된 진품은 100만 원이 넘지만 모조는 10만 원에불과합니다. 달구지에 달았던 나무바퀴도 괜찮지요. 넓은 거실에 바퀴를 걸어놓으면 운치가 그만입니다.” (02)2254-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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