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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약과 음식도 궁합 있다

입력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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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모(55)씨는 평소 건강관리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며 각종 비타민, 한약 등을 꼼꼼히 챙겨 먹고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다. 그런 그녀가 최근 갑자기 쓰러져 입원했다.약 먹는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약을 먹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독약이 될 수가 있다. 간장과 신장 등에 독성이 쌓인다. 일찍이 약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켈수스는 “모든 약은 독약”이라며 약의 남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길항작용)을 경고했다.

약이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도록 하려면 잘 복용해야 한다. 특히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위장 활동을 도와 약 흡수를 촉진시키는 ‘찰떡 궁합 음식’이 있는가 하면, 약효를 떨어뜨리고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상극 궁합 음식’도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의대 약리학교실 강주섭 교수는 “모든 약은 간과 신장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과 신장이 나쁜사람은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한 후 약물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기약, 소화제는 우유가 싫다

아진탈, 노루모, 메디자임 같은 소화제나 알드린, 아루포스,로겔, 노이시린 같은 제산제를 복용할 때는 우유ㆍ치즈ㆍ요구르트 등과 같은 유제품 섭취를 삼가야 한다.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이 약의 흡수를 막기 때문이다.

감기약이나 변비약은 유제품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감기약이나 변비약에 들어 있는 테트라사이클린 성분이 유제품과 작용해 약이 20~30% 정도밖에 체내에 흡수되지 않아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약들을 먹은 경우에는 2시간 후에 유제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최경업 약제부장은 “에리스로마이신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항생제는 오히려 우유와함께 복용하는 게 위장장애를 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전에 전문가에게 복용방법과 주의사항을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에서 흡수되지 않게끔 만든 정제인 장용정(腸溶錠)을 우유와 함께 복용할 경우에는 약알칼리 성분인 우유가 위의 산도를 높여 약의 보호막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고혈압 치료제와 과일주스는 상극

포도ㆍ자몽ㆍ오렌지주스 같은 산성 과일주스는 고혈압 치료제(펠로디핀)와 상극이다. 고혈압 치료제와 주스를 함께 복용하면 간 대사작용을 저해하고 혈압을 지나치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바나나, 치즈, 청어 등도 고혈압 치료제와 상극이다. 이런 음식물에 들어 있는 타라민 성분이 고혈압 치료제에 있는 파르길린 성분과 섞여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산제도 과일주스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이다. 오렌지주스는 제산제의 알루미늄성분을 체내에 흡수 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산성 과일주스나 탄산소다는 제산제가 장에 이르기 전에 위에서 먼저 녹게 만들기 때문에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서울중앙병원 약리학교실 박형섭 교수는 “철분제를 복용할 때는 흡수를 도와주는 산성주스와 함께 복용하는 게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비타민제는 차(茶)와 먹지말자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알러젝트ㆍ터페딘)와 당뇨병 치료제 등을 복용할 때는 흰 설탕 및 조미료를 먹지 말아야 한다. 또한 비타민제나 빈혈치료제(헤모페론)를 복용할 때는 녹차나 홍차 등을 삼가는 게 좋다. 녹차나 홍차에 함유된 탄닌 성분이 약물의 고유성분을 변화시켜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술ㆍ담배ㆍ커피와 약은?

일반적으로 약물 복용시 음주와 흡연을 삼가는 게 좋다.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피임약을 복용할 때 지나친 흡연은 혈전증을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 흡연은 간의 효소작용을 증가시켜 대사를 촉진하므로 테오필린이 들어있는 천식 치료제를 먹을 때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더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한다.

당뇨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술을 마시면 안면이 붉어지거나 두통ㆍ메스꺼움ㆍ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수 있다. 수면제나 진정제, 기침 감기약 등은 술과는 완전히 상극이어서 술과 함께 먹을 경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술을 만성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대부분의 약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약을 먹을 때는 금주를 하는 게 필수적이다.

약을 커피나 홍차와 함께 복용하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다. 적지 않은 양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커피, 홍차, 우롱차 등은 강심작용이나 이뇨작용 등을 유발해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혹은 지나치게 강하게 한다. 특히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위액분비를 촉진시키는 이런 카페인 음료와의 복용을 삼가야 한다.

■"식전·식후·공복...절대 무시말자"

똑같은 진통제를 먹어도 금방효과가 나타날 때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약마다 복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병원 약제팀 노환성 교수는“약을 지정된 간격에 맞춰 정량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복약은 대개 식사시간을 기준으로 복용시간을 정하는데, 그래야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사 전

결핵 치료제는 식사 후에 복용하면약의 흡수율이 떨어진다. 식욕촉진제나 위장 운동 촉진제(맥소롱), 구토 억제제 등도 반드시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할 약물이다. 협심증 같은 질환은식사 후에 배가 불러 있는 상태에서 발작이 일어나므로 약도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한다.

▽식사 직후나 식후 30분

소화제나 영양제 등 대다수의약물은 식후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해열 진통제나 신경통 치료제 등 위점막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약물은 공복시 복용을 피해야 한다.

위장 장애를 유발하는 철분제도식사 직후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식후 30분으로 제한돼 있는 약물도 자칫 복용 시간을 잊어버릴 염려가 있다면 식사 직후에 복용해도 무방하다.

▽식후 2시간 또는 식간 복용

이 시간은 음식이 소화된 후공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소화성 궤양 치료제(갤포스) 같이 위의 점막을 보호해 주는 약물은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단시간 내에 약효를 봐야 하는진통제나 강심제 등도 공복에 먹는 게 좋다.

▽기타

약물에 따라서는 복용한 약물의농도가 혈액 중 일정 농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있다. 살균력을 갖는 항생제나 항암제, 혈압 강하제, 천식 발작을 예방해 주는 약 등이 여기에속한다. 이러한 약물에 대한 정확한 복용 시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배변을 도와주는 변비 치료제는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

■아이는 약에 민감, 정량 꼭 지켜야

아이가 병에 걸리면 약 먹일 일이 더 걱정이다. 안 먹는다는 아이를 달래고 윽박질러 간신히 약을 먹여도반쯤은 흘려버리게 마련이다. 어린이의 경우 약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정량을 꼭 지켜야 한다. 마음대로 복용량을 가감하거나 중지해서는 안 된다.

▽물약

시럽제는 영ㆍ유아를 위해 단맛을 내는데, 그래도 먹지 않을 경우에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코를 쥔 다음입안에 약을 흘려 넣는다.

▽가루약

가루약을 싫어하면 약을 물에 녹이거나 소량의 물에 꿀, 잼 등을 섞어 복용하도록 한다. 유아의 경우에는약을 개어 깨끗하게 씻은 엄마의 손가락 끝에 발라 위턱이나 볼 안쪽에 문지르고 즉시 미지근한 물을 먹이면 된다. 약을 우유에 타서 먹이면 흡수율도좋지 않지만, 우유 맛이 변해 우유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으므로 삼간다.

▽알약

아이들을 정제를 삼키기 힘들기 때문에 혀 안쪽에 넣고 먹여야 한다. 무리하게 먹일 경우 질식의 우려가있으므로 주의한다.

▽좌약

위액으로 분해되기 쉬운 약이나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약 등을 항문에 넣도록 만든 약이다. 해열좌약을 투여했는데도 열이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 간격 없이 투여하지 말고 적어도 4∼6시간 후에 다시 넣어야 한다.

좌약은 실온에서는 녹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좋다. 삽입시 깨끗한 손으로 좌약을꺼낸 후 앞의 뾰족한 쪽부터 항문 내에 깊이 밀어 넣고 4∼5초 정도 지긋이 눌러 준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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