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과 정부 재정수지가 예상외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국내ㆍ외정책기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 정부는 각종 정책을 재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이 같은 사태는 미국 노동부가 7일 지난 달 실업률이 지난 4년 이래 최고치인 4.9%에 달했다는발표와 미치 대니얼스 백악관 예산국장이 올해 예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회보장기금에서 최소 100억 달러의 기금 전용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CNN 방송은 8일 대니얼스 국장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올 회계연도가 끝나는 이 달 30일까지 사회보장기금에서 100억 달러를 전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대니얼스 국장의 발언으로 볼 때 부시 정부가 “어떤 일이 있어도 사회보장기금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백악관은 1945~60년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연금용으로 적립하고 있는 사회보장기금외에 10억달러의 예산 여유 분이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불과 한달 사이 100억 달러 적자를 ‘고백’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남은 문제는 의회와국민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지와 예산 집행을 계획대로 고수하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사회보장기금 전용규모가 최대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 부시의 체면을 살리면서 예산을 수정하는 방안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4일 긴급 회동을 갖고 ▦정책 전 분야에 걸친 폭 넓은 예산 삭감 ▦2002년 예산에서 재원을 미리 전용하는 문제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자본이득의 세금 감면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보다 과감하고 충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카렌 휴즈 백악관 고문이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가을 국정기조 연설에 대대적 정책 수정안이 반영될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상 가능한 가장 큰 변화로 부시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국방ㆍ교육 예산의 축소를 꼽고있다. 약속을 파기하면서까지 사회보장기금을 전용하는 마당에 국방ㆍ교육 예산에 대한 민주당의 수정 요구를 피해 갈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사일방어(MD)체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2월까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 대한 정부측 입장을 공식화해야 하기 때문에 MD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기조안에는 또 부시의 트레이드 마크로 활용됐던 ‘가족의 가치’‘책임감’‘온정주의’와 같은 말 대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대폭 강조될 것으로 알려져 부시의 이미지 변신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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