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규모의 거함(巨艦), 일본 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올 2ㆍ4분기에 이어 하반기내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본격적인 침체기로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고질적인 장기불황에다 순환적 경기침체까지 겹쳐, 충격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불황이 세계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한국경제의 회복 희망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침체와 부실채권의 늪
일본 정부가 7일 2ㆍ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8%(전분기 대비)라고 발표하자세계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일본경제의 본격적인 침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소비위축ㆍ투자감소로 최소한 2,3분기동안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시 공식적인 경기침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업률은 7월중 이미 사상최고치인 5.0%를 기록했고, 닛케이지수는 지난달말 심리적마지노선인 1만1,000선이 붕괴돼 17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일본경기는 99년 4월 정점을 찍은뒤 최근 저점을 향해 급강하하고 있으며 저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32조엔에 달하는 은행권의 부실채권으로 금융위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특히 주가가 폭락하면서 은행의 중간결산기인 이달중 ‘보유주식 평가손→은행 자기자본 감소→주식매각ㆍ채권회수→주가하락ㆍ기업도산’의 ‘9월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 출구가 없다
문제는 일본이 ‘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의 딜레마에 빠지면서 별다른 탈출구가 없다는것.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재정개혁을 위해 국채발행을 매년 30조엔 이내로 억제하고, 부실채권도 2~3년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일본내 경제전문가들 조차 “경기부양 없이는 구조개혁도 감당할 수 없고,마이너스 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며 ‘정책적 모순’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 경기부양용 추경편성을 할 경우 ‘30조엔 가이드라인’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반면 IMF(국제통화기금)는 고이즈미 총리의 구조개혁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 일본정부 내에서 조차 신규 부실채권이 급증,15개 은행 부실채권의 절반을 처리하는 데만도 7년이 걸린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조개혁을 밀어붙이자니 경기악화를 피할 수 없고, 경기부양에 무게중심을 두자니부실채권 처리지연으로 대외신인도 하락과 추가부실 누적이 우려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일본 쇼크로 한국 경기불안도 장기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일본이 부실채권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 은행들이일제히 아시아국에 대해 채권회수에 나설 것이고 이 경우 금융위기는 급속히 전염될 것”이라며 ‘일본발(發) 아시아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의 일본계 차입금 규모는 98년말 108억달러에서 작년말 39억달러로 감소, 우리나라의 금융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일본의 경기침체와 엔저로 우리나라 총수출의 11.9%(작년 기준)를 차지하는대일(對日) 수출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엔화가치가 10% 하락하면 대일 수입은 연간 8억달러 감소하지만 수출은 27억달러 줄어든다.삼성경제연구소 이우광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는 수출경쟁력 저하와 세계 수출시장 위축이라는 심각한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