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7 개각은 해임안 통과와 DJP공조 붕괴라는 정국 구도의 변화에 대처하는 보각의 수준에 그쳤다.해임안 통과 직후에만 해도 대대적인 개편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정기국회를 앞두고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판단이 우세해지면서 개편 대상이 5개 부처로 줄었다.
그러나 규모가 적었지만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거취 파동, 당 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의 교체 등이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풍성한 뒷얘기를 남겼다.
○…이번 개각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의 후임. 홍순영(洪淳瑛) 주 중국대사의 발탁은외교부장관 시절 햇볕정책에 대한 세계의 지지를 얻어내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중시됐다.
남북관계를 미국 중국 등 주변 열강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하는 만큼 통일부장관에게도 외교적 역량과 판단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기용에는 임 전 장관의 추천이 큰 몫을 했다. 임 전 장관이 81년 나이지리아 대사로 있을 때 홍 장관이 공사로 조력을 잘했고, 그 이후 ‘나이지리아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로를 밀고 당겨주는 사이가 됐다는 후문이다.
○…김동태(金東泰) 농림, 유용태(劉容泰) 노동, 안정남(安正男) 건교, 유삼남(柳三男) 해양수산부장관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여권에 상당한 공을 세운 점이 평가된 측면이 있다.
김 장관은 4ㆍ13 총선 때 민주당 열세지인 경북 성주에 출마했고 유 장관은 현 정부 출범 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안 장관은 언론사 세무조사, 세무행정 개혁 등에서 뚝심있는 역량을 보였고 유 장관은 지난 대선때대장 출신으로 처음으로 DJ 사단에 합류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 해양수산부장관에 동교동계 핵심인 김옥두(金玉斗)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김 의원은 이를 극구 고사했다.
김 의원은 6일 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함께 김 대통령을 면담, “(나와 박 수석을) 대상에서 빼 달라”고 건의했다.
○…정우택(鄭宇澤)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한동 총리가 유임에 집착했던 부분.
이 총리는 정 장관이 젊고 유능하기 때문에 유임시키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했으나 자민련 출신 장관의 전원 교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에 따라 수용되지 않았다.
정 장관은 7일 오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적조피해를 보고하던 중 개각이 단행돼 자리를떠야 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 출석, ‘적조 발생상황 및 대책’을 보고한 뒤 여야의원들의 질의를 받던 중 해수부 직원들로부터 경질 사실을 전해 듣고 자리를 떴다.
○…재경부는 예상대로 진 념(陳 稔) 부총리가 유임되자 구조조정속 제한적 경기조절을 병행하는 현 경제정책의 큰 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 진 부총리는 개각 하루전인 6일청와대로부터 유임언질을 받았다.
○…김명자(金明子) 환경부 장관은 99년6월 입각, 계속 유임돼 현 내각의 최장수 장관이 됐다.
김 장관은 일부에서 ‘장수 장관’이라는 이유로 교체를 건의하기도 했으나 김 대통령은 “잘하는 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며 유임을 결정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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