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4월, 호주오픈에서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손에 넣은 예브게니 카펠니코프(27ㆍ러시아)는 세계랭킹 1위에 잠시 올랐다. 세계프로테니스협회(ATP)가 랭킹을 발표한 다음날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122년 러시아 테니스 역사상 첫 세계챔피언이 탄생했다”는 축전을 보냈다.프랑스오픈 우승,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등 화려한 경력을 갖춰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오른 카펠니코프가 ‘브라질 테니스의 대명사’ 구스타보 쿠에르텐(25ㆍ브라질)을 제압했다.
세계랭킹 7위 카펠니코프는 7일(한국시간) 뉴욕시 플러싱 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1 US오픈(총상금 1,576만2,300달러) 남자단식 8강전서 톱시드 쿠에르텐에게 3-0(6-4 6-0 6-3)으로 완승, 4강에 합류했다.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리는 쿠에르텐에게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3번이나 덜미를 잡혔던 카펠니코프는 99년 이후 2년 만에 4강 고지를 밟았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카펠니코프는 “마라트 사핀(21ㆍ러시아)이 피트 샘프러스(30ㆍ미국)를 꼭 이겨 결승전서 러시아인끼리 맞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러시아에서 유료채널로 생중계된다. 결코 돈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 될 것”이라며 레이튼 휴이트(20ㆍ호주)와의 준결승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쿠에르텐의 탈락으로 세계남자테니스는 2년 연속 한해 2개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보유한 대형 스타가 사라지는 혼돈의 시대가 계속됐다.휴이트는 신세대 라이벌 앤디 로딕(18ㆍ미국)을 3시간 10분 만에 3-2(6-7 6-3 6-4 3-6 6-4)로 힘겹게 제치고 4강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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