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이-오늘도 무던이는 슬피운다…무던이는 왜 그리도 아프게 살았는지. 소작인의 딸이라는 신분 때문에 마음깊이 좋아했던 지주의 아들 우물이와 헤어져야 했다.
가난에 시달리던 열여섯 나이에 주막집 주모의 중매로 부잣집 아들 일봉이와 결혼했다. 다정한 시집 식구들과 남편의 사랑으로 행복에 겨웠던 것도 잠시뿐.
그저 착하기만한 무던이는 결혼 전에 만난 우물이를 좋아해서 혼인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은으로 된 연못, 금으로 된 기둥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아내를 사랑했던 남편은 무던이의 고백에 충격을 받고 집을 나간다.
자신이 시집에 살고 있는 동안 남편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무던이는 자신의 삶을 포기해 버렸다.
‘무던이’는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작가’ 이미륵(1899~1950)의 유고작이다. 3ㆍ1운동에 참가했다가 일제의 탄압을 피해 독일로 건너간 이미륵은 우리 이야기를 독일어로 발표해 한국을 독일문단에 알렸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씌어진 그의 작품은 독일 교과서에 실리는등 오랫동안 독일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무던이’에도 새로운 문명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우리 민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양반집에서는 아이들도 남녀는 떼어놓는 풍속, 결혼 전에 신랑의 얼굴은 보지도 못하는 풍습, 결혼하고도 부부끼리만 지내지도 못하고, 서로 좋아하는 것도 숨겨야 하는 관습,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어떤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친정으로 쫓겨나야 하는 문화…합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규범이지만, 사물을 조용히 시켜보는 옛 어른들의 따뜻한 태도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미륵이 독일인에게 보여주려고 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었다.
‘무던이’는 정규화 성신여대 교수가 1974년 국내에 소개했던 것을 계수나무출판사가 어린이를 위한 소설로 꾸며 새롭게 펴낸 것이다.
이미륵의 대표작 ‘압록강은 흐른다’의 한국어판 삽화를 그렸던 윤문영화백이 ‘무던이’의그림을 그렸다.
■염소 메헤헤와 개구쟁이들-동심으로 바라본 생벼의 소중함
동화작가 손춘익(1940~2000) 선생의 유고 동화집 ‘염소 메헤헤와 개구쟁이들’(우리교육 발행)이 나왔다.
선생의 1주기가 되는 9월에 맞춰 나온 것이다.유고집에는 작가가 평소 관심을 가졌던 사물에 대한 동심어린 애정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위한 동화로, 유승정씨가 그림을 그렸다.
장날 쇠전으로팔려가는 어미소와 송아지가 애틋한 이별과 만남의 기쁨을 경험하는 ‘송아지야 송아지야’, 작은 토끼굴에서 태어난 다섯 마리 토끼 형제의 세상 구경 이야기 ‘재미있는 바깥세상’, 함께지내던 늙은 염소가 죽어버리자 슬퍼하는 아이들의 고운 마음씨를 그린 ‘염소 메헤헤와 개구쟁이들’ 등 여덟 편의 동화가 수록됐다.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서로 어우러져살아가는 생명의 모습과 자연의 소중함이 전해진다.
■샤를 페로가 들려주는 프랑스옛이야기-띄엄띄엄 읽었던 佛동화 한꺼번에
안데르센이나그림 형제에 비해 샤를 페로라는 이름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 ‘빨간모자’ 같은 누구나 제목만 대면 알 만한 이야기들이 ‘프랑스 어린이 문학의 아버지’ 사를 페로의작품이다.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소개됐던 샤를 페로의 동화 8편이 묶여 나왔다. ‘샤를 페로가 들려주는 프랑스옛이야기’(웅진닷컴)는 1697년 출간된 ‘교훈을 곁들인 옛이야기’를 완역한 것이다.
‘작은 유리구두(신데델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세계명작동화’라는 제목이 붙은 동화책에서 띄엄띄엄 읽었던 옛이야기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푸른 수염’ 이야기를 읽으면서 손에 땀을 쥐고, ‘엄지동자’의 모험에 가슴을 졸이게 된다. 샤를 페로가적은 짤막한 교훈과 국내 삽화가 3명이 그린 그림도 함께 실렸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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