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1월 체코 작가 밀란 쿤테라(72)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발행)이 출간됐다. '쿤데라 열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작가가 들려주는 테레사와 토마스의 사랑 이야기는 서로를 파괴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고통스런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그 길 위에 1960년대 체코를 뒤흔든 정치적 시련이 있었다.
초판 발행 10년 만인 99년 1월 프랑스어판 번역본이 나왔다. 저작권 계약을 맺은 쿤테라가 "갈리마르출판사에서 나온 프랑스어판이 유일한 정본"이라면서, 프랑스어판 번역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발간된 책은 독일어판을 옮긴 것이다. 그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작품 번역을 의뢰할 경우 역자의 이력을 꼼꼼히 따지고 표지 디자인도 직접 고르는 등 예민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국내에서 출간한 책의 표지 디자인도 쿤데가가 보고 동의했다. 쿤데라는 자신의 소설에 해설이 덧붙여지는 것도 반대한다."작품 외에 다른 것을 더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권택영 경희대 교수가 한국어판 책의 표지 뒷면에 쓴 짧은 발문마저도 쿤데라에게 번역문을 보내 게재를 허락받아야 했다. 이렇게 쿤데라와 함께 만든 한국어판 '참을 수 없는..'은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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