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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인지 청소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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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인지 청소원인지...

입력
200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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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차돌이닷컴’이라는 인터넷 게시판에 “9월 한 달을 어떻게 살아남을 지가 관건”이라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경찰청이 9월 한 달을 생활치안 확립의 달로 정하면서 경찰관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범죄예방 단속과 교통질서 확립 등 고유업무에다 ‘쓰레기줍기’까지, 일선 경찰관은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범죄예방에 힘써야 할 경찰이 생활환경정화운동으로 경찰서 주변이나 간선도로에서 쓰레기를 줍는 진풍경에 시민들도 “구청직원인지 경찰관인지 구분이 안간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사회단체와 연계해 기초질서 확립운동을 벌일 것을 지시하면서 일선 파출소에 일반인 동원인력까지 배정돼, 경찰은 여기저기 일손을 빌리기에 바쁘다. 한 파출소 직원은 “9월 첫날 캠페인에 100명, 3일에는 150명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생업을 제쳐두고 바쁜 아침에 거리로 나올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황당해 했다.

강ㆍ절도 등 민생범죄 발생은 매년 10%이상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경기침체로 사회분위기마저 불안해 민생범죄 예방ㆍ단속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마당에 강력반 형사까지 엉뚱한 일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한 강력반 형사는 “지하철오물투기 단속까지 형사가 해야 하느냐”며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활치안 확립은 2002년 월드컵을 질서월드컵으로 치르겠다는 취지지만, 시청이나 구청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일을 경찰이 앞장선다는 점에서 더욱 아리송하다. 이 때문에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염두에 둔 경찰 수뇌부의 치적쌓기 아니냐는 말이 자꾸 나온다.

생활치안확립이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자긍심에 생채기만 남긴 채 ‘전시행정’으로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진황 사회부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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