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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고갱은 인종·性차별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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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고갱은 인종·性차별주의자"

입력
200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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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타히티에서 제작된 고갱의 그림들은 실은 파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는아름다운 미술작품 뒤에 숨은 서구의 식민주의와 남근중심주의를 드러낸다.

고갱의 작품이 나쁘다거나 중요하지 않다고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춰진 19세기말 서구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예술에서의 소위 아방가르드(전위)의 전략을 파헤친다.

저자인 영국 리즈대학교 교수 그리젤다 플록은 미술비평에서 프랑스의 정신분석학 이론과 페미니즘 미술사학을 도입한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미술은 안락의자가 아니다”라며“미술사가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그리고 동료인간을 사물로, 고정관념으로, 대상으로 평가절하 하는것에 자족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고갱을 비롯한 반 고흐, 베르나르 등 프랑스의 미술가들은 1880년대 후반 소위‘시골의 한층 더 순수한 자연’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파리를 벗어나 타히티, 브르타뉴,프로방스 지역으로 떠났다.

고흐가 그린 브르타뉴의 자연과 농부, 고갱이 그린 타히티 여인들의 그림은 문명세계를 떠난 순수하고 위안을 주는 예술로서,그리고 현대미술의 선구로 칭송받아 왔다. 그리젤다 플록은 이 주장을 뒤집는다.

고갱이 그린 유명한 ‘마나오 투파아우’(1892년 작). ‘영혼’ 혹은 ‘사고’라는뜻을 가진 타히티어 제목을 단 이 작품은 침대에 누워 있는 젊은 타히티 여인이 뒤편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자(死者)의 영혼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해석돼왔다.

그러나 플록은 전혀 다르게 이 작품을 본다. 고갱은 사실 마네의 작품‘올랭피아’(183년 작)를 본따 인종주의를 드러낸 아방가르드적인유희를 벌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타히티 소녀의 신체는 고갱이 자신의 주장을 파리에서 전진시키기 위해 사용한 방편이었다. 고갱은 프랑스 선교와 식민 지배자의 존재에 의해 이미 변화를 겪었던 타히티 문화에 대해 식민지적 환상을 가지고, 스스로의 성적 욕구뿐 아니라 자신의 미술을 위해 필요한 신체에 접근하기 위해 어린 타히티 여인과 결혼관계에 들어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갱이 타히티로 간 것은 당시 자기보다 유명했던 쇠라나 마네와 경쟁하기 위해 아방가르드 작가로 세운전략이며, 서구 식민주의와 관광주의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여성 평자로서 인종주의, 남성중심주의,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다분히 정치적으로 읽히는 플록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이전까지의 미술사 그 자체가 ‘정치적’이었음을 폭로한다. ‘순진한’ 미술사를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전영백 홍익대 교수 옮김.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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