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시아 감독과 송일곤 감독을 비교해 달라는 요청을받은 적이 있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 전혀 새롭고 모던한 스타일의 영화였기 때문이다.”‘꽃섬’의 전세계 배급을 맡은 프랑스 최대 미디어 그룹 카날플뤼스의 자회사인 와일드번치의 뱅상 마라벨 대표의 말이다.
제58회 베니스영화제‘현재의 영화’ 경쟁부문에 초청된 송일곤 감독의 ‘꽃섬’이 6일(현지 시각) 살라그랑데 극장에서 첫 일반 시사회를 가졌다.
500여 명의 관객이 몰렸고, 전날 기자 시사와는 달리 상영 도중 자리를 뜨는 관객이 거의 없었다. 다국적인 기자들보다 유럽 중심의 일반 관객이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꽃섬’은 1999년 칸영화제에서 ‘소풍’으로 단편부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송일곤 감독의 장편데뷔작.
10, 20, 30대 세 여성이 고통과 슬픔이 없는 ‘꽃섬’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지루하게 느껴질 법한 도입 부분의 독백과 롱테이크로‘작가주의’ 경향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2시간 6분의 다소 긴시간과 고통을 전염시키는 듯한 리얼한 연기는 흥행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고통스런 경험이 되기도 했다.
때문인지 “일반적으로‘아름답다’고 말해지는 가치와 전혀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프랑스 평론가 프랑수아 제라르)는 평가와 “지루한 느낌의 화면전개와 과도한 슬픔 묘사가 보는사람을 힘들게 한다”(프랑스 평론가 질다 아자니)는 비판이 엇갈렸다.
그러나 다른 렌즈의 4대의 카메라로 찍은 깊이 있는 화면과 편집이 새로운 디지털영화의방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체코의 한 촬영기사는 “내가 본 디지털 중 최고다. 영상이 35㎜ 영화와 차이가없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평했다.
일반적인 CRT키네코(디지털 영상을 35밀리 필름에 옮기는 작업)방식이 아닌 레이저키네코 방식을 국내 처음으로 택한 것이 주효했다.
송일곤 감독은 “주위에는 불행에 빠진 사람들이 더 많다. 슬픔을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그 슬픔을 치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간과 감자’ ‘소풍’ 등 단편영화에서 보인 그의 독특한 상처와 치유의 논리는 유럽 평단에서 매우 우호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의와 일드번치가 세계 배급을 하게 된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라는 알베르토 바르베라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처럼송 감독은 유럽의 작가주의적 영화문법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점묘화처럼 채색된 그의 영화는 유고의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와도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정서를 갖고 있다. 베니스에서 처음 공개된 ‘꽃섬’은11월 국내 개봉된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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