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鄧小平)의개혁ㆍ개방 정책을 전도해온 주룽지(朱鎔基ㆍ72) 중국 총리가 5일 2003년임기가 끝나더라도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朱 총리는 이날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을 연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결코 아니다. 나는 너무 늙었다”고말했다.
朱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내년 가을 제16기 전국대표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포함, 지도부를 교체키로 했다는 베이다이허(北戴河)중앙공작회의 내용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실용주의적 개혁가로 이름을 떨친 朱총리는 지난 1998년 초 총리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서방으로부터 ‘중국의 고르바초프’라고 불릴 만큼 기대를 모았다. 부총리로 재임한 1991년부터 따지면 그는 1993,94년당시의 인플레를 잡고, 94년 세제 개혁을 단행했으며, 국책은행을 설립하고, 중국군을 경제활동에서 배제시키는 등 큼직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국영기업에 대한 부실대출로 거의 파산상태에 이른 금융기관과 관료들의 부정부패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그의 점진적개혁 노선은 과거 1950,60년대에 급진 좌파로부터 공격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현 중국 상황에는 오히려너무 온건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의 둔화에도불구, 중국의 초고속 성장을 주도해온 그는 내년에도 중국이 8%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등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펴고 있다. 후난(湖南)성창사(長沙)출신으로 명문 칭화(淸華)대를 졸업한 그는 1950년대 말과 70년대 초 두 차례나 농촌으로 하방(下放) 되기도 했다.
1987년 자오쯔양(趙紫陽)당시 총서기의 추천으로 상하이(上海) 시장에 취임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최근 “퇴임 후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국민이 깨끗하고 정직한 총리라고 기억해 주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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