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보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사업자가 모두 확정되고 거대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이 내년 6월 민영화를 앞두고 발빠른 행보를 거듭하면서 유ㆍ무선 통신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업체간 경쟁구도도 숨가쁘게 변하고 있다.◎ 통신 3강구도 급물살
LG텔레콤이 주도하고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등이 참여하는 동기식 IMT-2000 컨소시엄이 최근 사업권을 따내면서 국내 통신시장은 한국통신과 SK텔레콤, LG텔레콤 진영 등 3개 대형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통신 3강’체제는 국내 통신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밑그림이 그대로 구현된 것이어서 진행 과정에 점차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3개 사업자가 유선과 무선을 넘나들며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서비스 산업은 물론 장비 산업 전체에도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기대를 낳고 있다.
내년말 이후로 예상되는 IMT-2000 상용서비스는 이용자의 생활상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한편 서비스 업체들에도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사업권을 획득한 3개 사업자가 벌써부터 주파수 배분과 식별번호, 2ㆍ3세대간 로밍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허물어지는 유ㆍ무선 경계
이동통신과 달리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비켜서 있던 유선통신 분야도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한국통신의 민영화와 유ㆍ무선을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통신 서비스 등장으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6월 해외 DR의 성공적 발행으로 민영화의 전기를 마련한 한국통신은 내년 6월까지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해 완전 민영화를 이루게 된다.
한국통신은 이미 유선통신과 이동통신을 묶는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한편 초고속인터넷 등 신규 사업분야에 주력해 국내 보급률 제고는 물론 해외 수출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두루넷 등 다른 유선사업자들도 동기식 IMT-2000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제2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 정책의지와 기술개발에 달렸다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이어받아 진정한 21세기 통신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책대응과 세계시장 조망능력, 그리고 업체의 뼈를 깎는 기술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대칭 규제 등 주요 정책에 대한 투명한 집행과 유연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그동안 거둔 이익을 기술개발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투자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첨단장비·단말기로 통신시장 선점하라"
서비스 사업자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관련 장비 및 첨단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치열한 제품개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ㆍ단말기업체를 비롯, 외국 휴대폰 업체와 노트북 PDA(개인휴대단말기) 등 하드웨어 업체까지 나서 차세대 통신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이용자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IMT-2000 네트워크 구성에 필수적인 핵심장비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첨단 디지털 정보기기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장비 분야의 경우 기존 CDMA 기술력을 바탕으로 쌓아온 삼성과 LG 등 국내업체의 개발 능력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T중소ㆍ벤처 장비업체들의 기술수준도 뛰어나 국내 서비스 업체들은 핵심장비의 70%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단말기 시장에서는 국내업체와 외국업체의 경쟁이 뜨겁다.
아직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월등하게 높은 휴대폰 단말기 시장은 물론 PDA와 핸드헬드PC 등 첨단 정보기기 시장에서도 외국업체가 디자인 등을 앞세워 속속 도전장을 던지며 국내 소비자 유혹에 나섰다.
국내 업체들은 “비동기 장비 분야에서도 초기부터 개발에 나서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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