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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근현대사 선택과목'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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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근현대사 선택과목' 유감

입력
200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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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77년전인 1924년 9월 베이징에서 있었던 일이다. 베이징의 학생, 시민단체가 결집한 반제운동연맹이라는 단체는 청나라 말기의 배외운동으로 유명한 의화단사건을 일단락시킨 신축조약이 조인된 9월7일(국치기념일)을 전후한 1주일 즉 9월 3일부터 9일까지를 반제국주의운동 주간으로 선포하고 여러 가지 선전활동을 벌였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에 강요된 불평등한 조약체제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이 주안점이었다.다른 때도 아니고 그 시점에서 이런 활동이 일어난 가장큰 요인은 신생 소련의 중국에 대한 정책 전환이었다. 즉 제정러시아가 중국에서 강압적으로 빼앗다시피 한 조약상의 특권을 포기하고 평등한 조약체제로 들어가겠다는 소련의 대중국정책이 중국과 소련간의 협정 조인으로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이이 해 봄의 일이었다.

소련에 이어 다른 열강과도 불평등한 조약체제를 수정해볼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던 중국인들이 만든 것이 앞서 언급한 반제운동연맹이었다. 이 연맹이 빠른 시일 안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정도로 그 전까지 중국의 역사발전 과정이 탄탄하지 못했음은 사실이다.

그러면 나는 왜 느닷없이 오래 전 남의 나라의, 그것도 성공하지 못한 역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우리처럼 한 나라의 온전한 식민지로 떨어진 경우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끊임없이 절반쯤 식민지 상태로 빠져 있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처지를 되돌리기 위해 반제국주의라는 과제를 둘러싼 분투가 계속되어 왔다.

단기적으로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결국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중국은 자신의 힘으로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 독립하였다.

그렇기에 금년도 동아시아를 달군 일본의 교과서왜곡 문제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정객들의 ‘망언’이 나올 때마다 자신감을 가지고 강력하게 대응을 하게 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과거의 역사는 우리들의 현재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소위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유신체제에 걸맞는 국민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정책을 독단적으로 좌지우지하던 정권 때에 국책과목으로 설정되었던 국사가 어느 새 다른 정권에 들어와서는 국민윤리에게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어떤 과목도 국책과목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비단 국사교육 뿐이 아니라 어떤 교육도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가볍게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말로는교육이 국가 백년의 대계라고 하면서 쉼없이 바뀌어가는 교육정책을 보면 말과 현실이 이렇게 모순된 나라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특히 이번 7차교육과정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하여 배우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교과서왜곡 문제가 나왔을 때 양심적인 한국현대사 연구자가 일제시기에 엄연한 친일행적을 드러낸 신문들이 한 마디 반성도 없이 민족정론지를 자처하고 우리의 국사교과서에서 친일파 문제가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상태에서, 우리 스스로 잘못된 역사를 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고백한데 동의한다.

“현실적인 친일파 청산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일제 잔재와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정리에 의한 청산을 통해 일본에게 과거 청산을 요구할 때 우리는 더욱 당당할 수 있다”는 데 누가 반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자국의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달라지고,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이 자국의 역사 중에서도 근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배워야만 하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7차교육과정 개편에 참여한 분들에게 묻고 싶다.

윤혜영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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