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에 악령이 있다? 약탈 유물의 집산지인 만큼 프랑스로서는 그런 악몽도 상상할 만하다.그 공포와 죄의식을 씻어버리고 싶기라도 하듯 ‘벨파고’(Belphegorㆍ고대 히브리어로 ‘페르고의 신’이란 뜻)는 진혼식을 준비한다.
보수공사 중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미이라의 영혼이 깨어나 근처에 사는 리사(소피 마르소)의 몸 속에 들어간다.
고대 이집트 여왕의 모습으로 악령은 박물관에 나타나 무엇을 찾는다. 그러자 20년 전부터 벨파고를 쫓았다는 노형사(미셸 세로)와 리사의 친구 마틴(프레데릭 디팡달)이 진상조사에 나선다. 1960년대 프랑스 인기 TV시리즈물을 장 폴 살로메 감독이 영화로 다시 만들었다.
인간의 몸을 빌어 환생한 악령, 그 숙주가 된 인간의 이중적 모습, 추리극 형식과 적당한 특수효과. 모든 게 너무나 관습적이고 피상적이다.
사상 처음으로 실제 루브르 박물관을 촬영 무대로 했다는 점 빼고는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없다. ‘사자의 서’와 ‘파라오의 반지’ 같은 고대 이집트 신화를 나열하고,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리사의 고뇌가 처연하지만 그것들이 공포와 긴장으로 증폭되지 못한다.
얼개가 약하고, 소피 마르소를 빼고는 등장인물 모두가 겉도는 듯한 느낌. 영어 더빙 때문이기도 하다. 왜 프랑스어 원판이 있는데 해외용을 수입했을까.
‘벨파고’는 프랑스에서 개봉해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악령의 부활이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세로 가기 위한 것이고, 영화가 그 의식을 치러줌으로써 루브르에 있는 모든 영혼을 달랬다는 다분히 ‘아전인수’격 해석 때문은 아닌지.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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