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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작가' 함섭·임효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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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작가' 함섭·임효 개인전

입력
200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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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韓紙)는 독특한 종이다. 닥나무(뽕나무과)가 주원료로, 삼지닥나무(팥꽃나무과)로 만드는 일본의 와시(和紙), 잡목과 볏짚을 섞어 만드는 중국의 선지(宣紙)에 비해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먹물을 떨어뜨렸을 경우 한지는 먹물이 고루 먹히면서도 많이번지지 않지만 와시는 기다랗게, 선지는 빠르게 번진다. 이런 특성은 최근 서양 아트 페어(미술견본시장)에서 한지 작품이 유난히 각광 받는 이유중 하나다.

이러한 한지의 세계에 주목한두 작가가 잇따라 개인전을 연다. 7~16일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열리는 ‘함섭-종이의 혁명전’과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선보이는 ‘임 효 작품전’이다.

함 섭(59)씨와 임 효(46)씨 모두 한지를직접 만들어 천연염색을 한 뒤 나름의 조형세계를 펼치는 작가이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국대 대학원을졸업한 함씨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199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페어와 99년 시카고 아트 페어에서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솔드아웃’(매진) 기록을 남겼다.

천연 염색한 닥종이를 물에 적신 후 찢고 두드리고 짓이겨 화면을 구성한그의 작품은 동양의 빛 바랜 탱화나 서양의 오래된 프레스코화를 연상시킨다.

이번 ‘한낮의꿈’ 연작 20여 점은 추상성이 강한 콜라주처럼 보인다. 붓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치자(황적색)나도토리(짙은 갈색), 쪽(남색) 등으로 염색한 한지를 덕지덕지 붙이기만 했다.

여기에 한문 고서를 한 장씩 푹 삶아 군데군데 붙임으로써 아주 새로운화면을 얻어냈다. 황토 빛이 우러나는 화면은 그대로 우리의 농촌 풍경이다.

함씨는 “한국의 닥나무종이야말로 한국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독특한 소재”라며 “그 종이를 손으로 뜯어 붙여 농민의 아들이 어렸을 적 바라본 마음 편한 농촌풍경을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11월 네덜란드의 갤러리 코발렌코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동아미술상(90년) 선미술상(99년)등을 수상한 임 효씨는 함씨와 여러 점에서 비교된다. 한지로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함씨의 염색한 한지는 콜라주 형태로 그 테두리가분명히 남아있지만, 임씨는 그 형태를 날려버리고 은은한 색깔만 남게 했다.

천연염색 재료인 갈물은 짙은 갈색으로, 주목(朱木)은 보라색으로, 소목(蘇木)은 붉은색으로 남았다.

임씨는 이 화면 위에 붓칠을했다. 먹으로 정자와 산등성이와 소나무를 그윽하게 표현한 것이다. 소나무 숲 위에 큼직하고 하얀 매화가 수북하고, 산등성이가 짙은 파란 색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구상작품은 아니지만 전시작에서는 탈속의 풍경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는 “내작품은 그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며 “모든 바탕색을 화려하게 만드는 먹과, 은은한 번짐 효과가있는 한지가 정겹게 만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은 ‘산하’ ‘여름소리’ ‘청량산’ 등 30여 점.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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