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작가에게는 대개 후한평가가 내려지기 마련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비화ㆍ신격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알코올 중독과 발작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다 37세에 죽은 프랑스화가 툴루즈 로트렉(1864~1901)이 그랬고, 40세 때 처음 개인전을 연 뒤 불과 한달 여 만에 세상을 떠난 민중미술 판화작가 오 윤(1946~1986)이그랬다.
7일~10월7일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요절과 숙명의 작가전’은 요절ㆍ단명한 한국 작가 16명의 합동 유작전이다.
가나아트센터는 40세 안팎에 타계한 작가를 요절작가, 50세를 전후해 별세한 작가를 단명작가로 분류했다. 평면 80여 점, 입체 20여 점을 선보인다.
요절작가는 오 윤을 비롯해25세 때 조선미술전람회 추천작가가 된 이인성(1912~1950), ‘국민화가’ 칭호를 받는 이중섭(1916~1956), 전후 모더니즘을 개척한 함대정(1920~1959), 척추장애라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손상기(1949~1988) 등 9명이 선정됐다. 모두 한국 근ㆍ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이인성은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931년부터 내리 6년 동안 특선을 따내 화제를 모았다.
1941년 작 ‘해당화’ 등을 통해 토속적 색감을 과시하던 그는 한국전쟁 때 경찰과 시비를 벌이다 총기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풍경’(1930년) ‘복숭아’(1939년) 등 4점이 출품된다.
오 윤은 ‘애비와아들’(83년) ‘마케팅Ⅴ-지옥도 유화’(81년) 등 10점,이중섭은 ‘애정’(67년) 등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4점과 ‘피난가족’(54년) 등 유채화 5점, 손상기는 ‘공작도시-신음하는 도시’(82년) 등 6점이 전시된다. 자신의 후원자의 어머니를 그린 함대정의 57년 작 ‘안맹강초상화’는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단명작가로는 한국 최초의 모더니즘 작가로 시인 이 상의 친구인 구본웅(1906~1953), 이중섭과 더불어 ‘국민화가’로꼽히는 박수근(1914~1965), ‘인생은 공(空), 파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자살한 조각가 권진규(1922~1973) 등 7명이다. 하드보드에 유채로 그린 ‘시장의여인들’(63년) 등 박수근의 미공개 작품 4점이 눈길을 끈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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