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몸의 살이 빠지다. 겉을 싸고 있는 것을 벗기다(동아출판, 새국어사전)●새정의: ( ‘쌩’ 발음을 앞에 붙여)무시하다. 안면 몰수하다.
●용례: 저 녀석 쌩까자.
16조 5,000억 원을 들여 교육환경 개선에 나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원정원을 증원한다는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마 물리적인 교육여건 개선이 급선무라고 정부는 판단했나 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학생이 학생을 따돌리는 현실 말이다. 예전의 스승과 제자 사이의 예의는 간 데 없고폭력과 무시만이 판치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물리적인 교육 환경 개선 이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언어도 한 몫 한다. 혹시 ‘쌩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요즘 중ㆍ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마디 내뱉을 줄 아는 말이다.
재미없는선생님이 수업을 한다.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한 마디. “야, 이번 시간 쌩까자.”
조금 더 처절해지는 순간이 있다. 길 저 편에서 마주 오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을 애써 외면하며 소곤대는 말 역시 ‘쌩까자’ 다.
무시하다, 혹은 없었던 일처럼 안면 몰수하자는 뜻으로 ‘까다’에 ‘생’의 된소리인 ‘쌩’ 을 붙인다. 왜 이런 말을 쓰게 됐는지. 이유는 없다. 다만 한 마디 내뱉으면 될 뿐이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최모(17)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상대를 만나 그를 무시하고 싶을 때 흔히 하는 말이 ‘쌩까다’ ”라며 “어른들은 우리가 그런 단어를 왜 쓰는 지 이해 못하겠지만 가끔 이유없이 그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없는 반항의 발로일까?
‘까다’라는 말 자체의 어감 역시 센 편이다. “몸이 몹시 깐 걸 보니 고생이 많았던가 보구나.” 살이 많이 빠졌다는 말이다.
하긴 북쪽에서도 다이어트를 ‘살까기’라고 하지 않던가. ‘까다’라는 단어는 또 속된 표현으로도 많이 쓰인다.
“일은 하지 않고 주둥아리만 까고 있다”에서 ‘까다’는 ‘입을 주책없이 놀린다’는 뜻. 물론 어감이 조금 세다고 해서 의미까지 함부로 변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쌩까는’ 학생들에게 의미를 알고, 부드러운 표현을 쓰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망설인다. 그들이 이말을 ‘쌩까’버릴 테니까. 적어도 학교의 현실은 그렇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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