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미 쌀 과잉에 따라 쌀 증산정책 포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난 5월 쌀 생산이 주목적인 새만금간척 사업 재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정부는 결국 4일 쌀 증산정책을 포기함에 따라 5조원 이상을 더 투입해야 하는 새만금 간척지는‘노는 땅’으로 전락할 운명에 처하게 돼 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농림부 국회 보고자료에 따르면 농림부는 이미 새만금 사업 재추진 결정 이전에 ‘쌀 과잉’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림부장관이 위원장이고, 민간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농림부 산하 중앙농정심의회는 지난해 10월20일 “쌀 과잉에 대한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농림부에 제출했고, 농림부는 이를 토대로 장관명의의 공문을 만들어 각 실ㆍ국과관계기관에 보내 정책결정 등에 활용하도록 지시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림부 내부적으로도 올초부터 쌀 과잉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쌀증산포기도 대안으로 떠오르곤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 5월25일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식량위기 타개를 위해 농지조성이 불가피하다”며 새만금 사업 재추진을 전격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28,300ha의 농지를 공급해 연간 14만톤의 쌀 생산 ▦10억톤 상당의 농업용수 확보 등을 사업내용으로 확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환경ㆍ시민단체등은 “정부가 국민을 속인 채 새만금사업을 강행, 수조원의 혈세를 바다에 뿌리게 됐다”며 책임자 처벌과 사업중단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새만금 사업 강행을 위해 잠시 식량과잉을 속였다가 뒤늦게 정책을 바꿨다”며 “농림부등 당시 새만금 사업 재결정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즉각 사법처리하라”고 주장했다.
새만금간척 사업은 전북 부안군일대 만경, 동진강 하구를 가로막아 여의도 140배 크기인 28,300ha의 농지확보를 목표로 91년 착공됐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반발로 98년 중단됐다가 지난 5월 재공사키로 결정됐다.
2006년 완공 목표로 추진중인 세계 최대 33㎞짜리 방조제 축조를 위해 이미 예산 1조1,000여억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수질개선 자금 등 5조원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초기 총 소요예산은 1조3,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6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앞으로 추가 비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감사원은 98년 새만금간척지를 농지 대신 공단으로 조성할 경우 28조원이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어, 쌀 과잉에 따라 공단으로 사용해도 예산 추가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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