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또 '알고보니 재벌아들' 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또 '알고보니 재벌아들' 이야

입력
2001.09.06 00:00
0 0

아버지는 원래 없었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그의 어머니는 강물에 투신했고, 그를 돌봐주던 외할머니도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다.MBC ‘그 여자네 집’(극본 김정수, 연출 박종)의 준희(이서진)는 말 그대로 가난한 천애고아였다. 그에게는 사랑도 호사였다. 여자의 부모는 그를 반대했다.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찾은 낚시터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정욱). 그가 어느날 자신의 친할아버지라고 주장한다. 그 할아버지는 재벌 회장이다.

SBS ‘수호천사’ (극본 이희명, 연출 김영섭)의 태웅(김민종)은 웨이터 나이트클럽 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건달 끼가 다분한 청년이다.

나이트클럽 마술사 외삼촌이 그의 유일한 가족이다. 임시직으로 입사한 음료회사에서 실수만 저지르는 그를 위해 강 회장(이순재)은 특별교육을 시킨다.

강 회장의 이복동생 세현(윤다훈)이 사사건건 그를 견제한다. 태웅이 강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 전개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모티브로 작용한다. ‘핏줄’을 중시하는 정서 때문일까.

친부모가 아니라던가 혹은 배다른 형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등장인물은 갈등하고 고민하기에 충분하다. 출생의 비밀이 벗겨짐에 따라 인물의 대립구도와 스토리는 더욱 복잡해지고 입체적이게 된다.

‘그 여자네 집’의 준희와 ‘수호천사’의 태웅의 신분상승은 특별하다. 평범하기 짝이 없던 이들은 베일에 가려졌던 아버지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진입장벽이 높은 상류층으로 수직상승한다.

사회적 능력도 경제적 부와도 거리가 멀었던 이들이 견고한 사회계층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건 오직 뒤늦게 밝혀진 핏줄 때문이다.

가난한 천애고아였기에 영채(김현주)와의 순수한 사랑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준희나 다소(송혜교)의 도움을 받던 태웅은 이제 상황이 역전된다.

아버지 사업이 부도난 영채와 신제품 아이디어 유출로 회사에서 위기에 몰린 다소를 도와줄 ‘백마 탄 왕자’인 셈이다.

‘알고 보니 재벌의 아들, 손자’란 출생비밀을 가진 드라마는 사회적 유동성이 약해지고, 계급이 고착화하는 요즘의 현실을 드러내는 측면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는 상류층에 속하지 않고서는 이제 견고해진 사회계층의 장벽을 뚫기 힘든 현실의 반영.

그렇더라도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대리 만족을 얻기에는 너무나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꿈 같은 인생역전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허망한 상상과 현실불만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혹시 나도 원래 부잣집 아들이 아니었을까?”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