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구조조정이 ‘획일적긴축’에서 ‘선별적 긴축’으로선회하고 있다.설비투자는 줄여도 연구개발(R&D) 투자는 늘리고, 감원은 해도 핵심기술인력은 채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맬 곳과 풀어 놓을 곳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도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기보다는 R&D와 기술인력투자를 늘리는 것이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구본무(具本茂) LG회장 역시 사장단 경영전략회의에서 “최고 기술없이 1등은 할 수 없다”며 R&D투자와 인력확보 강화를 주문했다.
■감원 속 증원
흉흉한 감원기류는 관리직과 단순생산직에만 흐를 뿐, 핵심기술인력 쪽은 무풍지대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한편으론 희망퇴직을 추진하면서도, 차세대 주력으로 키울 시스템 LSI(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오히려 100여명의 핵심기술인력을 채용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와 관련, “일본경쟁업체와 3~4년 격차가 난다고 하는데 그 격차가 평생갈 수도 있다”며 공격적 인력정책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전자관련 계열사들은 현재 해외우수인력 스카우트를 위한 팀을 가동 중이다.
LG는 현재 15% 수준인 R&D 전담임원 비중을 2005년까지 30%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핵심기술인력에 대해선 일반직과는 다른 인사관리를 적용, 승진이나 급여에서 파격적 보상을 하고 있다.
포철은 광양제철소내에 자동차용 고급강판을 연구하는 ‘자동차 강재연구센터’를개설, 34명의 연구인력을 배치했다.
■투자 축소 속 확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기업투자는 상반기 이후 사실상 정지상태. 하지만R&D투자는 다르다.
신규항생제 팩티브의 미국 식품ㆍ의약품안전청(FDA) 등록추진 등 생명공학에 주력하고 있는 LGCI는 올 상반기791억원의 매출 가운데 무려 60%에 달하는 485억원을 R&D투자에 쏟아부었다.
LG전자도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지난 해2.5%에서 올해엔 3.7%로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금년도 설비투자규모를 당초 7조3,000억원에서 5조원대로 축소했지만 R&D 투자규모는 최소한지난 해 수준(2조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며,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지난 해 5.9%에서 올 상반기 6.9%로 높였다.
삼성전기는사상 최대규모의 사업구조조정에도 불구, 상반기 중 전년 동기 대비 17.3% 늘어난 600억원을 R&D에 지출했고, 삼성SDI도 매출액의 5.2%인 98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포철은 경비절감을 통해 3,000억원을 확보, 고부가가치 철강재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대했다. 포철은 오히려 하반기 투자규모를 지난 해 보다 오히려 150% 늘렸다.
화섬업계의 극심한 공급과잉과 채산성 악화, 노사분규까지 겹쳤지만 효성은 세계 1위인 타이어코드와 시장전망이 밝은 고부가가치제품 2위인 스판텍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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