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사랑하는 이에게’의 맑고 그윽한 서정으로, 때로는 ‘북한강에서’의 어둡고 우울한 서사로 가슴을 울리는 가객 정태춘(48)ㆍ박은옥(45) 부부가 2년6개월 만에 단독콘서트를 갖는다.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마당’으로는 1986년 전국순회공연 이후 15년 만이다. 그런데 그 귀한 무대에 1부는 정태춘,2부는 박은옥으로 부부가 따로 무대에 선다. 어찌된 일일까.
“386세대들을 만나고싶습니다. 희망의 막차마저 놓쳐버린 세대죠. 그들과 함께 현실의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정태춘도 386 열풍 이후 그들에 대한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을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꿈은 한때의 물거품이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내년 봄쯤 선보일 새 노래‘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에서도 담담하게, 그러나 강한 어조로 그 희망을 이야기한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 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박은옥이 질세라 말을 이어간다. “정태춘씨는 그렇고요, 전 그냥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사람들이 보고 싶어요. 어떻게들 사는지, 힘든 일은 뭔지도 궁금하고요. 그 사람들이 우리노래로 위안을 받았으면 싶은 거죠.”
부부의 관심사가 확연히 다르다. 3부에 같이하는 무대가 있기는 하지만, 각자따로 서는 무대는 이런 차이를 절충한 고심의 산물이다.
박은옥은 이제 음악인으로 다시 뛰고 싶다고 했다. “정태춘씨팬도 있겠지만, 제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비슷한 시기에 각자 솔로로 데뷔했으면서도 핑계 같지만 저는 그동안 아이 키우고, 대학 에 보내느라 노래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그는 관객들과 이처럼 잔잔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노래나 듣자고 콘서트에 온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고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지만,15년전 이들의 ‘얘기노래마당’은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일단 말문이 트이자 온갖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노래는 좋은데 너무어렵다”는 애교스런 하소연에서부터 “노래 ‘촛불’은 결혼하기 전에 만든 것인데 도대체 박은옥씨 말고 누가 있었느냐”는짖궂은 질문도 있었다.
또 관객의 이야기에서 노래극 ‘누렁 송아지’를착상하기도 했다. 그 사실을 박은옥 이제 알았나 보다. “아, 그게 당신 생각이 아니었구나, 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부부는 마치 첫 공연을 갖는 신인가수처럼 ‘이야기마당’에 대한 걱정과 설레임으로 들떠 보인다. “참 궁금해요, 어떤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물어볼지,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정태춘). “할 얘기가 많은 관객들이었으면 좋겠어요”(박은옥).
18일부터 23일까지(화ㆍ 목ㆍ 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ㆍ7시, 일 오후 4시) 종로 연강홀. (02)3272-2334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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