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매스컴에서는 남해안에서 발생한 적조가 확산되면서 늘어나는 어민 피해의 심각성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그러한 보도를 접하고 있으면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적조 발생은 해마다 되풀이 되지만 적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황토물을 바다에 뿌리기만 하는 원시적인 방법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인공위성을 지구 위에 띄우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으며 정보화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우리나라에서 적조에 대응하는 방법이 고작 바다에 황토물을 뿌리는 것 밖에는 없는 것일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다에 뿌릴 황토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적조 발생에 대한 근본적 이해다. 적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땜질식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적조 발생 자체를 방지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대책 수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적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우리는 사고의 폭을 넓혀 바다에서만 문제를찾을 것이 아니라 내륙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적조 발생과 내륙에서 흘러 들어오는 질소, 인 등의 오염물질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적조 문제는 내륙의 하천오염 문제에서부터 시작하며, 하천의 오염은 다시 하천 유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의 생산활동과 가계부문의 소비활동에 의해 영향받고 있다. 따라서 적조 이해의 첫 걸음은 적조의 문제가 바다의 문제가 아닌 내륙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적조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바다와 내륙이 구분되어 연구가 진행된 경향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내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바다의 적조 출현까지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다룬 연구는 드문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적조에 대한 이해는 부분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유효한 대책의 수립도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적조가 출현했을 때 황토물을 뿌리는 데만 급급한 우리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적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륙을 하천 유역별로 구분하고 그 구분 아래서 산업부문과 가계부문 그리고 축산부문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종류와 규모, 그들의 이동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적조 발생의 메커니즘을 규명해야 한다.
이러할 때만이 적조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의 수립이 가능한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적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김홍배 한양대학교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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