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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밀어붙이기' 정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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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밀어붙이기' 정치 안된다

입력
200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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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면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 온 DJP 공동정부가 붕괴되었다. 자민련이 공동정부에서 이탈하게 됨에 따라 민주당은 국회내 소수파로 전락하게 되었고 여소야대의 정치구도가 다시 한번 출현하게 되었다.임기가 일년 반도 채 남지 않은 현 정부는 국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겪게 되었다.

국회에서 소수파가 된 여당 내에서는,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제 의석 수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국회에서 의석 수 대결을 피하면서 원칙과 명분을 앞세워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방법으로 국정을 끌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양(量)의 정치에서 질(質)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정치든, 질적 정치든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듣기에 따라서는 수적 열세에 놓인 국회를 우회하여 여론의 지지에 직접 호소하는 포퓰리즘적 통치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대통령의 독단과 정책의 경직성에 대한 제도적 견제를 어렵게 하고 궁극적으로 의회 민주주의의 기초를 부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사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과 목표에 대해 국민들이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다를수 있지만, 그 동안 햇볕정책은 적지 않은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고 또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져다 주었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의 본질은 여론을무시한 채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온 현 정부의 정책 운영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김대중 정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외부의 지적과 비판을 수용하고 이들을 설득하여 함께 끌고 가려는 포용력을 보이지 못한 채, 힘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경직되고 독선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여야관계가 악화되고 정국이 계속해서 파행으로 얼룩진것도 야당을 대등한 정국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적지 않은 관계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여소야대의 상황을 맞게 된 여당이 향후 정국 운영과 관련하여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대신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현 정부가 그 동안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비타협적이고 경직된 입장으로부터 조금도 변화할 기미가 없음을 시사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적 합의의 도출 없이 추진력을 갖기는 어렵다. 3년 반 전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난국의 극복을 위해 다수당인 야당의 협력을 간절히 부탁했었다.

다시 맞게 된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제 그러한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그 동안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야당을 정국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타협과 설득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진정한 권력은 설득력에서 나온다는 지적을 이제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역할 또한 중요해졌다. 야당은 이제 의회를 장악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수적 우위에 집착하여 정국의 교착이나 파국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면 야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적 격변 속에서 이제 진정한 상생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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