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총리가 고심 끝에 자민련 총재를 버리고 총리 잔류를 택했다. 이 총리의 잔류는 공조가 붕괴된 DJP의 틈새를 더욱 벌릴 것 같다.이 총리의 유임 은 본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우선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잔류를 권유했다. 이 총리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이 높을 뿐 아니라, 새 총리를 임명할 경우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4일 저녁 경기 포천시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경기 북부지역 지방의원 연수행사에 참석한 뒤 거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표를 낸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 “청와대에 물어봐라”는 등으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 총리의 스타일대로라면 총리직을 물러날 결심이 섰으면 분명히 이를 밝혔을 것이다.
이 총리의 이날 행보도 잔류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오전 총리직 사표 제출과 함께 당 총재직도 내놓은 이 총리는 점심 후부터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가, 저녁에 포천 행사에 참석했다. 이 총리는 30여분간에 걸쳐 IMF극복 등 현정부의 치적을 적극 홍보했다.
이 총리는 먼저 총리직과 자민련 총재 사퇴 사실을 밝힌 뒤“2001년 9월 4일은 우리 정치에서 두고 두고 기억될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북 포용정책은 성공했다”고 못박아 자민련 입장과는 거리를 두었다.
이 총리는 “임동원 장관 문제로 대북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는 말이 많지만 6ㆍ15 공동선언 후 우리 국민은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8ㆍ15 평양 축전과 관련한 친북 인사들의 돌출행동은 법에 따라 엄단하고 남북대화는 계속해야 한다”고 임 장관 해임에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측은 이 같은 이 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 점심 때부터 이양희(李良熙) 총장 등을 통해 총리를 긴급 수배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 총장은 총리직 잔류를 막기 위해 “이 총리는 각료의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뒤 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 총리는 자민련과의 관계 때문에 인간적인 고민은 했지만 잔류쪽으로 결심을 굳혔다.
포천=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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