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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치닫는 인종차별회의

입력
200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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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표단 철수로 파행으로 빠져들었다. 미국 등은 3일 아랍권 주도로 마련된 선언문초안이 이스라엘을 인종차별국가로 지목하자 대표단을 철수시켰다.서로 파행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주최국인 남아공과 노르웨이, 유럽연합(EU)등이 나서 막바지 절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문제삼고 있는 선언문 초안의 대목은 ‘시오니즘의 인종 차별적 관행이 증대하고 있는데 대해 심히 우려한다’‘시오니즘이 인종적 우월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부분 등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세계에서 이스라엘 한 나라 만을 인종차별국가로 지목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대표단 철수 이유를 밝혔으며,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외무부 장관은 “아랍연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수용할 수 없는 용어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랍과 팔레스타인,인권단체 등은 일제히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의 살만 엘 헤르피 대사는 “미국의 대표단 철수는 노예제와 인디언 원주민에게 가한 가혹행위 등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연막작전”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사면위원회,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Watch) 등 인권 단체들도 “미국이 현실적인 문제를 회피하려 한다”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치닫자 EU측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 ‘완전히 새로운’ 초안을 만들겠다고 밝혔으며,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중재한 노르웨이도 나서는등 사태 수습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입장은 미국과 거의 차이가 없고, 노르웨이의 안도 이미 한 차례 아랍권이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어 회의 폐막일인 7일까지 절충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1978년과 83년에 열린1, 2차 회의에 불참한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 중도 철수함으로써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미국의 철수가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유감을 표명하고 회의가 무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문제의 선언문 초안

미국과 이스라엘이문제 삼은 선언문 초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팔레스타인인과 아랍 피점령지 거주 주민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인종 차별적 관행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이 같은 차별관행은 주민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향유하는것을 가로막고 있다.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아랍지역의 주민들이 겪고 있는 모든 인종차별 관행의 중지를 요구한다.

▦반유대주의와 이슬람증오현상과의 투쟁이 인종주의에 대항해 싸우는데 있어서 본질적이며 필수적이라는 점을 확신한다. 오늘날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증오 현상과 같은 문제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는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시오니즘과 반 유대주의의 인종 차별적 관행이 증대하고 있는 점을 깊은 우려를 갖고 인식한다. 이와 함께 인종주의와 차별적 이념에 기초한 인종적 폭력적 운동, 특히 인종적 우월성에 바탕을 둔 시오니즘 운동의 출현에 깊은 우려를 갖고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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